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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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추영탑
내가 그 집 앞을 지나다닐 때마다 꾸던 꿈을
펼쳐보이라면,
안녕하신가요?
안부를 건네기도 전
맞잡은 두 손, 한 손에 이끌려 대문을
벗어나자마자 긴 대청에 유기로만 차려진 술상이 있고
은젓가락 부러질 듯 낭창거리고
입맛을 끌어당기는 쌉쌀한 청주 한 잔쯤은
있을 것 같던 그 집
버선목 휘어진 외씨 두 짝이 공손히 받쳐든
눈인사로 마중할 듯,
서재 가득한 고서의 무게에 눌린 세월이 벌떡 일어서
내게 시조 한 수 읊어 천장을 흔들다가 마당으로
내려서며 담 너머로 봄꽃 한 송이 던져주며 지나는
사람 걸음도 세울 것만 같았던 그 집
두고 온 듯한 미소에 덤으로 얹은 교태를
따로 한 됫박 담아 표주박으로 허리에
채워주며 흩어진 구름 다시 뭉칠 때까지
긴 악수로 배웅해 줄 사람 있을 것만 같던 그 집
긴 꿈을 꾸며 지나다니던 그 집,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세상 물결에 휘말려
허리 잘리고 무릎 주저앉아, 이제는
놋내 섞인 적막만 얼굴 내밀며 주인의
눅진한 손 내음만 내다보는 그 집
댓글목록
은영숙님의 댓글

추영탑님
그 옛날 우리들이 크던 어느 집 같은 고향 냄새 풍기는
고서 깊은 아름다운 시에 발걸음 멈추고 뒤 돌아보고 뒤 돌아보고
갑니다
시인님은 아마도 그 시절은 아장걸음 알라 였을 텐데
혹씨 서당도 아시나요?? ㅎㅎ
놀라서 우창방으로 일력거 보냅니다 ㅎ
감사 합니다
건안 하시고 즐건 휴일 되시옵소서
추영탑 시인님! ~~^^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은영숙 시인님께서 추억하시는 그 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갑니다.
지나다니면 너무 우람하고, 그 속에 누가 살고 있을까 궁금해지는
그런 집이 있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서당은 있었다고 생각되는데 가보지는 않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은영숙 시인님! *^^
주손님의 댓글

쌉쌀한 맑은 술에 외씨 버선 공손히
받쳐든 눈인사,,,이 대목에 목젖 한번
꿀꺽합니다^^,
진사댁 정도나 되 보이는그집 입니다
감사합니다 시인님!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기어들어가고 기어나오는 집들도 많았지요.
정원ㅇ에 둘러싸인 집들은 마치 궁궐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저런 집에서는 먹는 것도 뭔가 다르겠다 사람들도 품위가 있겠다 뭐
그런 생각들이 들었지요. 감사합니다. 주손 시인님! *^^
선아2님의 댓글

황진희 집을 기웃거린듯 싶으요
술한잔에 시 한수는 너끈할듯 싶으니.........ㅎㅎㅎㅎ
잘 보고 가옵니다 추영탑 시인님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뭐, 황진이 비슷한 여인네가 살 거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내림머리를 하고, 아부지가 대통 비슷한 사람이며, 99칸 짜리 긴 대청에
비서실장 정도는 거느리고 살 거라고 생각했지요. ㅎㅎㅎ 선아2 시인님! *^^
cucudaldal님의 댓글

추영탑시인님 잘읽고 갑니다. 아련한 집입니다. 마지막연이 그립습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그런 집은 지날 때마다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합니다. 그저 비밀이 종 밌겠다하는 생각!
감사합니다. 쿠쿠달달 시인님! *^^
정석촌님의 댓글

뼈대 있는 어느 댁을
넌즈시 마음에 두셨군요^^
마주친 보름달 얼굴이
깊은 심처에 계셨던가 보네요ㅎㅎ// 물론 ,묵언 하시겠지만**
석촌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참 좋은 집이다. 한 번 들어가 보고 싶다,
알고보니 최진사댁 네째 딸이 사는 집이었답니다.(물론 본인도 믿지는 않지만... ) ㅎㅎ
감사합니다. 석촌 시인님! *^^
두무지님의 댓글

지난 추억에 머무는 그집!
인정이 살아있고,
풍류도 조금은 있는듯 합니다.
이 세상에 그집처럼 아늑하게 채워졌으면 좋겠습니다
평안을 빌어 드립니다.
추영탑님의 댓글

여러가지 상상을 갖게 하는 집이었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가끔 그 곳을 지나다니면서 해보는 상상이지요.
휴일 즐겁게 지내십시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