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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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진흙더미 속에
하얀 신발 끈이 삐죽 나와 있다.
가끔씩 새들이 찾아와서는
벌레인 줄 알고 덥석 물어대지만
씹히지 않는 뻣뻣한 저항에 당황하며 물러간다.
새들이 사라지면 어느새
바람이 불어와서는
자기 살에 박힌 가시인 줄 알고
뭉뚝한 심지를 매몰차게 흔들어대지만
점점 깊이 파고드는 저항에 당황하며 잦아든다.
혹시 보았는가
새의 날카로운 부리에 무수히 쪼인 생채기에서
돋아난 혓바늘 같은 미세한 깃털들이
진흙을 갉아 마침내 깨트리고는
세찬 바람에 맞춰 길게 펼쳐낸 하얀 날개를.
댓글목록
선아2님의 댓글

새벽 공기 가르며 힘들게 일터로 향하는건
희망의 날개를 달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산등성이를 환하게 비추며 떠오르는 해처럼
잘 보고 갑니다 jinkoo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