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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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한파경보가 내려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 소녀가 얇은 옷만 걸친 채 맨발로
고궁 담장에 멀찍이 떨어져 꼿꼿이 앉아 있다.
더 의아스러운 것은
소녀의 머리 위로 원을 그리며 위압적인 비행을 하는
커다란 몸집의 독수리다.
언뜻 독수리는 부쩍 야위어 굶주려 보이고
미동도 않는 소녀를 먹잇감으로 노리는 것만 같다.
아니나 다를까
소녀를 덮치는 검은 물체에
소름이 돋은 나는 소녀를 향해 뛰어간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소녀의 주위로 몰려든 가운데
길고 두툼한 검은색의 목도리가
소녀의 목과 어깨를 따뜻하게 감싸고 있다.
안도감도 잠시
한파경보가 내려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고궁 안뜰에서 일왕 생일파티가
곧 시작된다는 안내 방송이 들릴 무렵
한 아이가 손으로 직접 짠 두툼한 털모자를
소녀의 머리뿐만 아니라 귀까지 잘 덮어준다.
댓글목록
싣딤나무님의 댓글

감동적입니다.
jinkoo님의 댓글의 댓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엌방님의 댓글

가슴이 답답.
댓글 달기도 먹먹하여
조용히 나갑니다
jinkoo님의 댓글

네, 저도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