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릉천, 가을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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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 시절, 예쁜 낙엽 주어 책갈피에 넣었다는 아내 말을 들은 건,
주황색 유홍초 작은 들꽃이 군락을 이룬 창릉천 뚝방길, 쭈뼛쭈뼛
들어서는 아파트 스카이라인을 비껴, 북한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확 트이는 곳에서였다.
모든 것들이 반짝이고 있었고, 선명했으며, 예닐곱 마리 청둥오리는
모래톱에 모여 졸고 있었다. 내 손을 잡으려던 아내가 "아직도 차갑네!"
라며, 그네의 작고 따뜻한 손으로 감싸쥐고 재킷 주머니 속으로 이끌었다.
그 때, 제주도 산굼부리 억새밭을 물들였던, 보다 깊어진 가을 오후
햇살이, 아내가 낙엽을 책갈피 사이로 끼워 넣었듯, 내 마음 속 갈피로
찾아들어와 자리를 잡는 거였다.
댓글목록
cucudaldal님의 댓글

맛멋 시인님 시가 첫사랑 한편을 보는 것 처럼 아름다워요. 내마음 속 갈피로 찾아들어왔다는 요 말 가슴에 쏘옥.
감사합니다.
맛이깊으면멋님의 댓글

쿠쿠달달님, 예쁘게 봐 주시어 감사합니다.
신혼여행지의 가을 햇살과 그 이후의 보다 깊어진 가을 햇살!
늘 마눌님께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