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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인천강지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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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58회 작성일 19-02-13 17:22

본문

月印千江之哭

   활연




   흰 낫 기스락이 검은 피 흘린다 징거미 몇 마리 은하를 운반한다

   검푸른 상(床)엔 은숟갈과 은수저 바야흐로 모가지 떨어진 빛은 먼지 묻은 외계를 슬어놓을지

   우주의 녹말로는 저녁을 반죽할 수 없고 무릎에 식은 뿔 뉠 수 없느니 은빛 가두리가 입술만 내밀고 뻐금거린다

   철갑 둘러매고 출근했다 넝마를 하역하면 깊어지는 웅덩이 어족은 가슴지느러미 쓸어내린다


                                *


   빗물 받아먹고 죽음과 내통하는 밥상보다 높은 평상은 없으니까
 
   물고기 입술이 마를 날 없듯이 불탄 허공에서 출토되는 탄화미 같은 이 한 잔의 밤도 일렁거린다

   공복의 예후처럼 쇳가루비 내린다

   지남철 끌면 모래가 뱉는 터럭들 유리구슬 속으로 칠흑 쇳가루가 쌓이는데 어쩌자고 사금파리 예리로 손목을 긋나


                                      *


   천 개 흰 강을 베는 흰 낫,

   자루 묽은 공방은 또 한 저녁의 모서리를 깎아내고 붉은점모시나비떼가 가슴 앞섶에 깨진 거울처럼 박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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