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미워하지 않으려 한다 > 창작시의 향기

당신을 미워하지 않으려 한다/창문바람

이제 당신을 미워하지 않으려 한다
이건 당신을 사랑해서도 아니고
더더욱 당신을 용서해서도 아니다

당신을 끊임없이 저주했던 적도
당신이 미칠 듯이 두려울 때도 있었다
다만 당신이 그걸 모를 뿐

설마 알고서도 그랬을까
나는 당신과 오랜만에 마주했을 때
당신을 미워하지 않으려 했다

끊임없던 내 저주와는 달리
당신은 훨씬 정정했고

미칠 듯이 두려웠던 당신은
누군가에겐 미소 지었다

당신은 새로 바꾼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내 전화번호를 달라고 한다
가정을 송두리째 망가트려놓고
당신은 참 태연했다

결국 혼자 속만 썩힌 거다
끊임없이 저주한대도
미칠 듯이 두려워해도
결국 타들어가는 건 내 속이었다

돌아가며 당신의 번호를 지운다
이제 당신을 저주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이건 당신을 사랑해서도 아니고
더더욱 당신을 용서해서도 아니다

당신을 끊임없이 저주하기에도
미칠 듯이 두려워하기에도
죽을 만큼 미워하기에도 너무 지쳐버렸다

지금 내겐 좋은 것만 보고 듣고
떠올리기만으로도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