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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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
가만 보니
네가 갇혔구나.
영롱한 이슬 털어내고 밤새 점령당한
몸피 털 다듬으며
인자한 위장으로 독기 다독이고
먹이를 기다린다
폐쇄된 너의 집에 냉큼 내려앉은
내일 아침 이슬이 태양에 스러질 때까지
너의 은폐는 과대망상의 산실
한갓 허망한 꿈
가만 보니 네가 갇혔구나
흔들어 주기 전에는 천생 자기 함정에 빠진 생
오후 비 그치면
견고한 집수리를 시작할 것이다
뫼비우스 띠 같은 집을 짓고
음흉한 미소는 실루엣 덧쒸워
빈 그네 하나 내걸어놓고
생은 허허실실이 지혜
거미줄을 통과해본 바람은 안다
앞뒤 없는 터전에 목숨 거는 일을
산 입에 거미줄 치랴
산 입에 거미줄 치랴
혀가 안으로 말릴 뿐
매듭과 매듭에 온 생을 걸고
흔들리기 전에는 존재가 아닌
매듭에 갇혀, 갇힌 행복을 누리는 중.(*)
댓글목록
추영탑님의 댓글

ㅎㅎ
그 댁에도 배고파서 음흉한 거미 한 마리
살고 있었군요.
전혀 다를 느낌과 감동을 주는 글, 잘 읽었습니다. *^^
파랑새님의 댓글의 댓글

추영탑시인님의 해먹처럼 낭창거리는 절묘한 표현에
감히 그림자도 못 붙일 일이나
종아리 걷고
좀 씨게 맞기로하고 햇살에 나섰습니다
좀 얍쌉하고 덜 떨어진 거미가 천상 접니다~~ㅎㅎ
감사합니다~^^
힐링님의 댓글

거미줄을 이처럼 정묘하게 그려내는 솜씨 또한
오랜 내공으로 빚어낸 결과물인 것을 세삼 발견합니다.
갇혀 있음이 곧 생존의 터전인 거미!
이 사물에 파고들어 이 쪽 세상을 보는 눈 또한
눈부십니다.
파랑새 시인님!
파랑새님의 댓글의 댓글

눈매는 얍쌉하고
번번이 먹이사냥 실패로
산 입에 거미줄치는 좀 떨방한
터전이라 부끄럽습니다
감사합니다 힐링시인님~^^
cucudaldal님의 댓글

파랑새 시인님 산입에 거미줄 치랴
포도청이랴
강하게 귓전을 때리고 갑니다.
삶이 거미줄입니다.
감사합니다. 건필하셔요.
파랑새님의 댓글의 댓글

쿠달시인님
산입에
거미줄 치랴라고 외쳤더니 거미가 한마디 합디다
입만 살았다고 ㅎ
좀 진지하게 살라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