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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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년
비에 젖은 머리카락엔 아직도 어둠이 뚝뚝 떨어진다.
한잔 더 주시겠어요?
흔쾌히 동의한 바텐더가 카페 안의 조명을 조율한다.
마이크를 사랑스럽게 움켜쥔 한 여자가
축축한 피아노 건반들을 일으켜 세운다.
붉은 립스틱과 촉촉한 그녀의 입술 안의 숨겨진 재즈가
나의 빈 잔 속 취기로 다시 채워진다.
투명한 빈 잔을 이곳저곳 살펴보는 이유는
당신과 내가 무수하게 흘리고 다녔던 거짓말들이
무척이나 닮아서였을까?
서둘러 잔을 채우고 다 비우지 못하더라도
들키고 싶지 않은 나의 눈물 자국들.
무대를 밟고 선 빨간 하이힐의 속삭임과
긴 원피스 한쪽으로 흘러나오는
여자의 하얀 허벅지와 종아리가 어둠을 빨아들인다.
달아오른 마이크 너머로 그럴듯하게 흘리는 거짓말.
한잔 더 라고 말하기 전, 밖이 궁금해졌다.
재즈를 그냥 놓아두고 온 밖은 금세 흐릿해졌다.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아직도 뚝뚝 떨어지는 거짓말들.
댓글목록
추영탑님의 댓글

눈물을 생산하는 거짓말과 거짓말을
양산하는 나쁜년과
나쁜년과 연결 시켜주는 술...을
마셔야만 하는 멜랑콜리...와... ㅎㅎ *^^
부엌방님의 댓글

뻘건 하이힐은 하루의 꿈을 찢을 듯이
거짓말로 시선을 빼앗습니다
나쁜 년. 집에가서는 좋은
잘읽고 갑니다
삼생이 시인님^^
선아2님의 댓글

사랑으로 나누던 속삭임도
함께 하지 못하니 거짓이 되는건가요
잘 보고 갑니다 삼생이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