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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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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심재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3회 작성일 19-03-01 14:01

본문

또 바람이 분다/심재천


비가 올 듯 우중충하게 먹구름 낀 어느 날
둥글게 핀 가려움 철장에 갇힌 신세로
김빠진 감정 사이에서 철퍼덕 누워
갑자기 술 한잔 생각난다

먹구름 낀 틈 사이로
낯선 어둠
궤도를 이탈한 사선을 가로질러 간다
바람난 술잔에 술 채워지는 소리
자연산 콧등에 달라붙어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가 듯
우연히 스쳐가는 선술집 앞에 서 서

어둠 깔린 골목에 풍기는 맛있는 냄새
살구빛으로 부황 뜬 살점의 혈관을
산재로 집어먹더니
덫에 걸린 목구멍 홀로 바람나
쓸쓸히 피어올라질 때를 기다리는 고독만
네온 불빛 끝자락에 슬그머니 앉아
할 말이 많은 듯 중얼거렸지

한참을 서성거련다
홀로. 속앓이하는 가슴 한 방에 무너져
또 바람이 불다
막걸리 한 사발에 얼어붙은 육신을 녹히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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