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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揮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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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성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0회 작성일 19-03-14 23:07

본문

빛과 바람의 움직임으로 먼지 쌓인 풍경을 본 적이 있다. 먼지는

빛에 의해 눈에 담기고, 바람에 의해 유영하다 쌓여, 잠든다.

먼지가 잠든 책상. 의자에 앉아 책 한 권을 올린다. 이제 먼지는

잠에서 깨어 책과 책상 틈에 갇히게 된다. 쌓이거나 갇히거나.

쌓이는 삶과 갇히는 삶은 먼지처럼 닮은 걸까.

짙은 샤프심으로 종이를 채운다. 단어를 모아 마음을 쓴다. 썼다가,

지운다. 지웠다가, 쓴다. 지워진 단어들은 지워져 아프고, 지워지지

않은 단어들은 잊힐 것을 알아 아프다. 흰 지우개에 먹이 칠해진다.

단어의 눈물일까.

책 들어 먼지 털어낸다. 먼지는 다시 빛에 의해 눈에 담기고,

바람에 의해 유영하다 쌓일 것이다. 먼지 쌓인 책상. 물티슈로

닦아낸다. 화장 번진 사람의 눈물처럼. 물티슈에 먼지가 번진다.

닦아내면 삶은 번질까. 물티슈는 울고 있을까. 눈물로 자신을 적신 것일까.

샤프심은 종이를 만나 닳아간다. 썼다 지우며. 아프며. 먹이 칠해지며. 닳는다.

흰 종이에 글 자욱 새기며. 번진 마음을 쓰며. 지우개에 먹을 칠하며.

사랑하는 사람 만지듯 종이를 만지며.


먼지처럼

닳는다.

닳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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