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 - 씨감자 알감자 풍년일세 > 창작시의 향기

<백야 - 씨감자 알감자 풍년일세>

요것 보게나
호미도 제대로 대지 않은
이 알토란 밭에
심지도 않은 감자가
두엄도 없이 자랐구먼

줄기만 들면
우수수 딸려나오는 덩이들
알알이 알찬
잘 자란 우량 감자가
제멋대로 잘도 나오는구먼

해 뜨면 깨고
해 지면 잠들어야 하는데
밤낮도 없이 환한
요즘에도 실한 감자가
뿌리를 연달아 물었구먼

그런데 잠깐
우리 밟고 있는 이 대지가
진짜 흙바닥이던가?
대관절 무슨 냄새인가
밤꽃에 약내가 섞였구먼

다시 보게나
흙이 쌓여 굳은 게 아니네
에그머니, 똥밭인가
오래도 묵어서 헛짚었나
사방팔방 감자밖에 없구먼

그러면 이게 진짜 감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