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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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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삼생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5회 작성일 19-03-17 21:04

본문

 

불륜2

 

 

아내는 여러 개의 사과 중에서 제일 실한 것으로 하나 골라

큰 입을 더 크게 벌리고 게걸스럽게 씹어서 목구멍 안으로

넘기고 그 과정을 퉁명한 눈빛으로 내게 욕설을 내 놓는다.

나는 다른 사과를 집다 말고 빠르게 밀려오는 피곤함으로

티브이 속 막장 드라마를 보다 꾸벅꾸벅 깊은 피곤을 퍼낸다.

아내와 아이들은 철옹성 같았던 우리들의 아지트의 한쪽을

은밀한 쥐새끼의 눈동자처럼 구멍을 내기 시작하였고

머지않아 포장용 테이프로 막아놓은 구멍 주위로 균열이

생기더니 어느새 떨어져나간 포장용 테이프 사이로

습한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나는 뚫린 구멍을 다시 막다 말고 멀고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에 귀를 기우려본다.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낯익은 음성들

나는 구멍을 더 크게 파고 손수 그 안으로 들어가 본다.

눅눅한 어둠을 뚫고 희미하게 빛을 밝히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희미한 불빛 사이로

20년 전 아내가 남루하게 나타난 나를 발견한다.

조심스럽게 사과를 한입 베어 먹다 들킨 사람처럼

가느다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수줍게 웃어 보인다.

의자에 앉으라 권하지만 나는 선 듯 아내 앞에 앉지 못한다.

저 멀리 어둠의 저편에서 또 다른 불빛이 다가 온다.

나는 그들 사이에서 잠시 길을 잃는다.

어린 아내의 눈빛이 슬퍼진다. 이윽고 굵은 눈물이 흐른다.

어린 아내의 눈물이 마를 때쯤 아내가 악마처럼 웃기 시작한다.

욕심처럼 부풀어 오른 아내의 뱃살 같은 양푼에

잔뜩 비벼놓은 밥알들을 삼키며 막장 드라마 속 아내가

게걸스럽게 웃는다.

피곤이 차마 덜 깬 균열이 간 나의 핏빛 눈빛이

아직 다 빠져나오지 못한 그 구멍의 위치를 서둘러 찾는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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