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지 않는 바람의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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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창문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0회 작성일 19-03-24 11:43본문
불지 않는 바람의 유언/창문바람
산바람이 되고 싶었다
산을 쓰다듬으며 내려와
산 아래 있는 모든 이들에게
불고 싶은 산바람이 되고 싶었다
안된다면, 바닷바람이 되고 싶었다
파도를 타고 달려와
저 해안 뒤로 성난 도시를
감싸는 바닷바람이 되고 싶었다
하다못해, 들바람이 되고 싶었다
풀꽃들을 쓸어넘기며 다가와
들판 걷는 지친 이들 몇에게
따뜻함이 되는 들바람이 되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창문바람이 되고 싶었다
덜 닫힌 창문으로 들어와
얕은 잠에 설치는 너 하나에게라도
기분 좋은 꿈을 선물하는 창문바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어디론가 불어야 하는 게
너무 두려웠던 나는
늘 같은 자리에서만 맴돌고 있었다
이렇게 맴돌기만 하다
언젠가 움직일 수도 없을 때
내 몸은 낙엽과 함께 찢어져 날리겠지
나는 한 사람에게라도 바람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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