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장님 나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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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4건 조회 357회 작성일 19-03-31 23:54본문
싸장님 나빠요
시골 처형 집으로 꺾어 도는 길목에 목련꽃이 풍성한 마당 좋은 집이 있다.
시멘트 블록 담이 풍화에 낮아지는 만큼 껑뚱 솟는 목련이 꽃망울을 팡팡 터트리는 매해 봄,
그 쪽을 찾는 이유에 그것도 한몫했다.
그 시골집 마당 한가운데 외국인 몇 명이 빙 둘러서서 숯불 석쇠에 고기를 굽고 있었다.
얼핏 보아 동남아 쪽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었다.
걸쳐놓은 석쇠에서 회오리처럼 연기가 피어올랐다.
각자 양손에 캔 맥주와 나무젓가락을 들고 있었다.
디스크로 위축된 처형의 등뼈마냥 해마다 낮아지고 있는 담장 옆
아련한 목련꽃에 넋을 앗기고 지나다 마당의 이방인들과 눈이 마주쳤다.
우리는 망울을 터트린 목련처럼 환하게 서로 웃어주었다.
그냥 다 열고 인간 대 인간으로 상대임을 표시했을 뿐인데 젓가락으로 집어올린 고깃점을 흔들며
고향에서 가져온 이빨 그대로의 함지박만한 누런 웃음을 앞세우고 한 명이 기세 좋게 내게 다가왔다.
다른 한명이 소주병과 잔을 들고 가세했다.
싸장님
한잔 해, 한잔 해
싸장님 한잔 해
연기를 쇈 기름진 삼겹살이 출렁거리고 그 와중에 살점 끝에 매달린 쌈장이 위태로워 보여 나도 모르게 손까지 받치고 덥석 받아먹었다.
덤으로 소주까지 한 잔 삼키고 잔을 정수리에 엎어 보이는 확인까지 해 보이자 그들은‘엄지척’으로 나를 치하했다.
목련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꽃
아내와 젖먹이 이마에
빨개지도록 뽀뽀를 심어놓고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탔다네
그 나라에서 살려면
사장님이라면 다 만족하는 민족이라고 배웠다네
그런 민족이라고 배웠다네
나는 삼겹살을 씹느라 사장이 아니라고 정정해 줄 기회를 놓쳐버렸다
목련꽃잎이 툭 툭 떨어진다
상처입은 잎은 금세 멍이 들었다
바람을 읽지 못한 우매함으로
내어주는 재미로 꽃잎만 키워
작은 바람에도 꽃잎은 상처 입고
한번 접힌 자리는 흙빛이 되었다
멸종 앞에서도 복구되지 않을 각인
소명하여서 삼겹살이 오겹살이 되고
오겹살이 삼겹살보다 더 두터워져
씹는 맛이 한결 쫄깃해질 것 같아
나는 서둘러 내 갈 길을 갔다
곧 담장이 서로가 보이지 않게 높아졌다
남의 나라에서 한 번쯤은 꺾여보았을 목련꽃잎들이 두런거리는 소리가
뒤에서 또렷하게 들렸다
저 싸장님은 좋은 쌈장님 같아
저 쌈장님은 정말 좋은 쌈장님 같아
어눌한 발음이 내겐 그렇게 들렸다
삼겹살을 씹고 뜯고 즐기는 데 필수적인 쌈장
불현듯 어느 개그맨이 생각났다
싸장님 나빠요(*)
댓글목록
詩農님의 댓글
詩農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파랑새님, 사업을 하시거나 회사에 다니신다면 곧 싸장님이 되시겠습니다. 그땐 삼겹살 사세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파랑새님의 댓글의 댓글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봄날에는 모든 게 용서되는 것 같습니다
목련은 제겐 아련함이어서
그들이 햇살아래서 구워먹는
삼겹살은 또 왜그리
슬픈 눈물같던지~~
감사합니다 시농님!
정석촌님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글발이 차려입은
목련처럼 화사하게 다가섭니다
일 잔 하고픈 마음에 담기려는 듯ㅎㅎ
석촌
파랑새님의 댓글의 댓글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투둑투둑 ~목련 날리는 소리처럼
그 아픔을 잘못 건드린 거 같아
부끄럽습니다~
아침을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석촌시인님~^^
선아2님의 댓글
선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파랑새 싸장님
만나면 한잔해야겠습니다
쫄깃한 오겹살이 아침 입맛을 자극하네요
잘 보고 갑니다 파랑새 시인님
파랑새님의 댓글의 댓글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희 집은 삼겹살을 아침에 먹어버릇한지 좀 됐어요
도도하신 따님 덕분에 바뀐 거지만
어쨌던 다 좋은데 삼겹살은 반찬이 아니라
제겐 안주인지라 아침부터 절주해야 하는 아픔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늘 삼겹살에 한 잔 ~~ 이카시는 분 있으면 고마
기분이 하늘로 나릅니다~~
기대됩니더~~~~~~~선아2시인님! 아니, 싸모님 조아요~^^
추영탑님의 댓글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파랑새 싸장님, 싸장님 되신 걸 추카 추카...
자국에서 받은 교육이 타국에서 한 몫을 했군요.
맛 본 것은 삼겹살인데 풀어놓으니 칠겹살 맛이녜요. 목련꽃 그늘 아래... ㅎㅎ 파랑새 시인님, *^^
파랑새님의 댓글의 댓글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싸장님 추카소리 들으니 기분이 나쁘진 않네요~^^
칠겹살이 춤을 추니 오늘 하루가 너무 길 듯합니다.
컬쳐쑈크를 극복하는 시대가 왔는데
봄날 아지랑이처럼 울렁울렁 더불어 사는 세상인데~~
씹고 뜯고 되씹고 즐기는 데 탕진하시는 따꿍 쓴 건물 쌈장님들은
똥인지 된장인지~
추영탑시인님 감사합니다
주손님의 댓글
주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졸지에 싸장님 등극을 축하 드립니다 ㅎㅎ
순혈의 백의는 이제 옛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입시울이 올라갑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시인님^^**
파랑새님의 댓글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순혈~~참 이질적으로 들리는 건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거슬러 오르면 피는 똑같이 붉은, 다 그런 지구인이죠
미소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손시인님`^^
부엌방님의 댓글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담장너머에는 삼겹살 냄새가 구수하나
그 곳을 바라보시는 시인의 정겨운 눈빛에
타향살이 고달픔을 어루 만져주시는 눈빛
에 감동했나 봅니다
삼겹살이 오겹살로 소화되셨을 ^^ㅎㅎ
즐거운 봄날에 시
감사히 읽고 갑니다
파랑새 시인님^^
파랑새님의 댓글의 댓글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결국 부끄러워 고개를 꺾어버렸죠~
그 분들이 쌈장에 적응될 때까지
서러운 일들이 많았겠죠~
감사합니다 부엌방 시인님!^^
쿠쿠달달님의 댓글
쿠쿠달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 이시 정말 재밌고 서민적이예요.
감사합니다.
다문화와 융화하려는 모습
아름다워요.
파랑새님의 댓글의 댓글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문화가 우리 일상에서 잘 스며들었으면...
그림자로 구분할 수 없는
같은 지구인~~~
아마도 쿠달시인님께선
누구보다 넓은 포용을 지닌 분이실듯
드르륵 문 열어주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