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 그 첫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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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淸明, 그 첫날 / 백록
뚝 떨어진 여기도 역시 연기 같은 먼지 자욱
날씨는 대체로 흐리멍덩하다
홀로 사는 에밀 졸라 목로주점에서 목이라도 축여볼까 싶던 축산이1) 같은 시절이 불현듯 목덜미를 조인다
오늘은 손 없는 날인데 재수없이 왜 이러나 중얼거리다
혼미해진 세월의 그림자를 간신히 붙들고
새벽의 흔적을 밟았다
마침내 다다른 곳 여기는 늘 마리아님이 지키는
황사평黃沙坪2)
마주친 건 어느덧 모래바람의 터무니
그 품으로 안긴 세례명
엘리사벳
푸른 멍의 낙인과 귀두로 찍혔을 검은 점을 확인하는
모나리자 같은 눈길이 몹시 애처롭다
살아생전 살피지 못한 죄
잠시의 묵념으로 사죄하고 돌아서는 길
눈물로 씻긴 오늘은 언뜻
청명의 첫날
흐린 변덕이 훼방을 놓던 주변머리 시야엔
때늦은 목련이며 백동백이며 벚꽃 활짝
제법 환해진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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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주어, 밥이나 축내는 밥통(바보)을 일컫는 말
2)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천주교 성지
댓글목록
주손님의 댓글

청명의 첫날 말개 지길 빕니다
축산이 ㅎㅎ 정겨운 단어 입니다
저도 축산이라서,,,
감사합니다 ^ ^*
김태운님의 댓글

예전엔 나 같은 축산이들 제법 잇었지요
허기가 주름잡던 시절...
감사합니다
정석촌님의 댓글

저도 축생인지라
세 끼의 여물에 목매는 나날이
봄을 만나 자운영꽃밭에서 송아지처럼 하염없어집니다
석촌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잘 챙겨드십시요
세 끼 꼬박
감사합니다
두무지님의 댓글

청명한 하늘 아래 맑개 핀 꽃들,
자연의 변화도 늘 흐렸다 갰다 하지만,
시인님의 지난 가슴에도 잠시 심오한 그 날에 아픔 보다는
활짝 핀 버들 강아지에 풀피리 실려 보는 즐거운 오늘이기를 빌어 봅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꽃 피는 봄
그렇게 맑았던 하늘이 요즘은 참 옛날 같지 않군요
어제도 오늘도...
내일은 갤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