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방에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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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방에들어갔습니다 / 백록
방 한 칸 마루 한 칸 부엌 한 칸
그럭저럭 초가삼간에다 덤으로 비친 무덤의 터무니 같은 반에 반 마지기 우영팟으로 부채 같은 부추나 채소들 기웃거리면 그런대로 넉넉하던
그때 그 시절
타고난 한량이라 밖으로만 나돌아댕기던 아버지가 방을 독차지해버리면
할머니와 어머니와 누이와 동생과 난
썰렁한 골마루 한 이불 속이던
그때 그 시절
쌀 몇 톨 희끗거리는 반지기 밥상머리는 아버지의 몫
나머지는 부엌데기 양푼이 보리밥 신세이던
그때 그 시절
허기의 궁금증이 동냥하듯 아버지 가방으로 슬쩍 들어가 보면
서푼벌이 외상장부인 듯 월 4푼 차용증인 듯
구겨진 종잇장만 덜렁거리던
그때 그 시절
‘아버지가방에들어갔습니다’
서툰 시를 쓰다 문득 헷갈려버린
맞춤법의 데자뷔다
댓글목록
詩農님의 댓글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전설같은 글, 잘 감상했습니다. 가난했지만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추억이 있는 그때가 도리어 그립습니다.
요즘은 아이도 낳지 않고 여러 식구가 어울려 사는 것은 천연기념물같기도 하니까요.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못 살아도 그때가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맛살이님의 댓글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그때 그 시절, 한 때 겪었던 가난의 시절
많은 공감 속 읽고 갑니다
뒤 늦게 신춘문예 포토시 입선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백록 시인님!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에궁. 부끄럽습니다
실험적입니다만
감사합니다
선아2님의 댓글

가난의 시절은 어설프기만 했지요
아버지가방에들어갔습니다처럼
띄어쓰기조차 맞는지 안맞는지
그저 먹을거리가 있으면 더 좋았던 시절이니까요
포토시 선 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김태운 시인님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축하 보담 채찍, ㅎㅎ
부끄럽네요
맞춤법조차 사치스럽던 시절입니다
감사합니다
두무지님의 댓글

어려움을 겪던 가난한 시절처럼
거처하는 방의 경계도 묘하게 뒤바뀌는 순간들
한 줄의 시모음도 어렵게 정리되었다가
이외의 흔들리는 결과물이 될 때가 흔히 있습니다
늘 건필하고 계시니 시인님은 아름다운 결과 물로 귀결될 듯 합니다
주말 평안을 빕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초가삼간은 그나마 나았고
사실 두 칸이었지요
마루는 사치스러울 정도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싶네요
감사합니다
정석촌님의 댓글

기억 속에 깃든 희미함으로
사방에서 들여다보는 마음을 마구흔들어 놓으셨군요
글이건, 사진이건 간에 예봉을 피할 겨를이 없게 하십니다ㅎㅎ
석촌
김태운님의 댓글

뭘 그리 대단하다고. ㅎㅎ
아무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