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방에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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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403회 작성일 19-04-07 10:48본문
아버지가방에들어갔습니다 / 백록
방 한 칸 마루 한 칸 부엌 한 칸
그럭저럭 초가삼간에다 덤으로 비친 무덤의 터무니 같은 반에 반 마지기 우영팟으로 부채 같은 부추나 채소들 기웃거리면 그런대로 넉넉하던
그때 그 시절
타고난 한량이라 밖으로만 나돌아댕기던 아버지가 방을 독차지해버리면
할머니와 어머니와 누이와 동생과 난
썰렁한 골마루 한 이불 속이던
그때 그 시절
쌀 몇 톨 희끗거리는 반지기 밥상머리는 아버지의 몫
나머지는 부엌데기 양푼이 보리밥 신세이던
그때 그 시절
허기의 궁금증이 동냥하듯 아버지 가방으로 슬쩍 들어가 보면
서푼벌이 외상장부인 듯 월 4푼 차용증인 듯
구겨진 종잇장만 덜렁거리던
그때 그 시절
‘아버지가방에들어갔습니다’
서툰 시를 쓰다 문득 헷갈려버린
맞춤법의 데자뷔다
댓글목록
詩農님의 댓글
詩農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전설같은 글, 잘 감상했습니다. 가난했지만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추억이 있는 그때가 도리어 그립습니다.
요즘은 아이도 낳지 않고 여러 식구가 어울려 사는 것은 천연기념물같기도 하니까요.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못 살아도 그때가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맛살이님의 댓글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그때 그 시절, 한 때 겪었던 가난의 시절
많은 공감 속 읽고 갑니다
뒤 늦게 신춘문예 포토시 입선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백록 시인님!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에궁. 부끄럽습니다
실험적입니다만
감사합니다
선아2님의 댓글
선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난의 시절은 어설프기만 했지요
아버지가방에들어갔습니다처럼
띄어쓰기조차 맞는지 안맞는지
그저 먹을거리가 있으면 더 좋았던 시절이니까요
포토시 선 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김태운 시인님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축하 보담 채찍, ㅎㅎ
부끄럽네요
맞춤법조차 사치스럽던 시절입니다
감사합니다
두무지님의 댓글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려움을 겪던 가난한 시절처럼
거처하는 방의 경계도 묘하게 뒤바뀌는 순간들
한 줄의 시모음도 어렵게 정리되었다가
이외의 흔들리는 결과물이 될 때가 흔히 있습니다
늘 건필하고 계시니 시인님은 아름다운 결과 물로 귀결될 듯 합니다
주말 평안을 빕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초가삼간은 그나마 나았고
사실 두 칸이었지요
마루는 사치스러울 정도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싶네요
감사합니다
정석촌님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기억 속에 깃든 희미함으로
사방에서 들여다보는 마음을 마구흔들어 놓으셨군요
글이건, 사진이건 간에 예봉을 피할 겨를이 없게 하십니다ㅎㅎ
석촌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뭘 그리 대단하다고. ㅎㅎ
아무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