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운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29회 작성일 19-04-09 23:49본문
집이 운다
아무르박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재개발 구역이나
재개발이 비껴간 단독주택단지나
원주민은 떠나야 한다
주인처럼 낡은 집들이 담벼락에 금을 긋거나
살이 불거진 철근은 붉은 피를 흘린다
덩달아 베어질지 모르는 늙은 감나무
언제 머리를 깎았는지 알 수 없는 포실한 소나무
너도 나도 아파트
신축빌라, 오피스텔을 원하는 사람들이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을 알까
은행문이 열리면 오전 한 때
객장이 순번을 기다리는 노인들로 경로당이 된다
토티캐슬 드림빌 중앙하이츠 파라다이스 리치빌
나이든 시어머니가 찾아 오기에는 어려운 이름이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한 뱃속에서 나온 오누이처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햇살을 나누었다
누가 더 행복하냐
그러면 뛰어나오는 말
18평형 24평형 32평형 형형
미분양으로 끝을 맺는 1층은 처음부터 주차장을 만들었다
하자 보수가 골치아픈 지층은 파지 않았다
누수와 냉해가 가장 많은 하늘 아래 첫 집
전망이 좋다
덤으로 옥상 텃밭을 준다
복층이다
삼겹살 파티가 가능하니 로얄층이다
누가 그런다
하늘아래 첫 집이 팔리면 분양은 완판이다
사 십년을 살아도 멀쩡했던 축대를 생각하면
지은지 삼 년이 지나지 않아 옥상에 물이 센다
사람이 집에 사는 줄 알았더니
집이 운다
댓글목록
grail217님의 댓글
grail217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