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으로 말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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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08회 작성일 17-10-31 10:48본문
<옷으로 말하는 세상>
부끄러운 일입니다
나는 아직도 벌거벗었습니다
저마다 천조각을 재단하여 누비는데도
나는 내가 입어야 할 옷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아니,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거적을 입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옷으로써 이야기해야 하니 그렇습니다
저마다 멋들어지게 걸친 옷으로써
진흙탕 속에 뛰어들어 싸우며 편을 갈라야만
그 연후에야 입을 열게 하는 겁니다
무엇이든 주워 입지 않고서는 발언권은
영영 주어지지 않을 명목뿐입니다
언젠가 들었던, 말하지 않는 옷에게 음식을 떠먹이던
말할 수 없었던 어느 학자의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오랜 옷자락이 해지고 삭았다 해서
이 이야기까지 해지지는 못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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