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의 지문 > 창작시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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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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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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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르 떠는소리에

전깃줄을 묶어놓은 투명 테이프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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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V에 감전이라도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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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목을 떠난 사람과

이 골목에 이삿짐을 풀어놓은 사람의 시기를

바람이 추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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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차는 친절하다

투명 테이프를 뜯지 않았다

꽃잎 떨어지는 나무의 곡비소리, 어느 이는 봄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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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티브이, 인터넷, 시시티브이, 전화선

새로운 약정이 골목에 입성했다

거미줄 같은 기억이 편리한 건 떠난 사람을 빨리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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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한 번, 저물녘에 또 한 번

고물을 줍는 사람이 다르다

이삿짐을 푸는 사람보다 버리고 가는 사람에게 점수가 후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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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집이 다녀갔다

흙먼지 폴폴 날리던 화단에 꽃을 심었다

눈길을 피하던 골목에 환한 인사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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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테이프, 골목 경기는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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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말아, 오죽하면 자네한테 테이프를 반 바퀴 풀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