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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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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77회 작성일 19-04-16 10:35

본문

나무에 대한 단상斷想 / 백록

 

 

땅의 자궁에서 기어 나오자마자 잠시 싹이라는 아명을 가졌던 너는

몸피를 키우면서 초록의 옷감을 즐겨 입었지

열심히 꽃으로 말을 배우고 열매로 노래를 부르던 너는

천생의 하늘바라기지

햇살을 품고 숨을 고르다 빗줄기에 장단을 맞추거나

바람의 스텝을 따라 살풀이 춤을 추는

 

그러다 기운이 시들해지면서 단풍으로 물드는 건

저가 지나온 삶의 얼룩진 표정이지

마침내 훌훌 벗어버리는 너는

무아지경을 향한 동안거의 정체

어쩜, 나의 초상이겠지

요람인 어느 섬이 도로 무덤이고 싶은

​그 섬에서 문득 기어 나온

生의 覺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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