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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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대한 단상斷想 / 백록
땅의 자궁에서 기어 나오자마자 잠시 싹이라는 아명을 가졌던 너는
몸피를 키우면서 초록의 옷감을 즐겨 입었지
열심히 꽃으로 말을 배우고 열매로 노래를 부르던 너는
천생의 하늘바라기지
햇살을 품고 숨을 고르다 빗줄기에 장단을 맞추거나
바람의 스텝을 따라 살풀이 춤을 추는
그러다 기운이 시들해지면서 단풍으로 물드는 건
저가 지나온 삶의 얼룩진 표정이지
마침내 훌훌 벗어버리는 너는
무아지경을 향한 동안거의 정체
어쩜, 나의 초상이겠지
요람인 어느 섬이 도로 무덤이고 싶은
그 섬에서 문득 기어 나온
生의 覺이랄까
댓글목록
주손님의 댓글

물 흐르듯 나무의 일생을 지켜 봅니다
우리네 인생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요ㅎㅎ
백록님!^^*
김태운님의 댓글

나무는 나의 무다///
ㅎㅎ
제멋대로 해석입니다
감사합니다
선아2님의 댓글

나무의 일생이 나의 일생인듯도 싶네요
잘 보고 갑니다 김태운 시인님
김태운님의 댓글

나무나 나나 이 지구의 엄중한 중력을 거스를 순 없겠지요
나 다음의 무를 함께 새겨봅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