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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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를 산다
최정신
마르고 닳도록 부려먹은 창,
여닫은 수를 셀 수 있을까
방치해 나달해 진 그에게
가짜라도 추겨 속임수를 쓰려 한다
공짜로 얻었으니 중한 줄 모르고
함부로 내지른 성질머리 달랜다 쓰고
오지랖이 만 평지기여
남의 설움도 내 것인 양 펑펑 쓰고
각박한 세상사 질문에 무슨 답도 못 주는 미생이
알고 싶은 거 많아 기웃거리며 퍼 쓰고
배냇병처럼 불면을 끼고 살다 보니
어둠을 표백한다고 쓰고
한술 밥도 못 되는 시 쓴다고 쓰고
쓰고, 쓰고, 쓰고 거덜이 났다
동냥해온 가짜눈물이 주르륵
이러다 어느 날 신파의 여주인공이 되는 건 아닐지
병원 신세를 졌을 때 꽂았던 닝겔이 생각난다
누가 알겠어
방울방을 떨어지던 수액이 온몸을 돌아 진짜 눈물이라도 될지
내 생이 슬픔에 젖는 건 싫지만
지금은 절실히 필요한 눈물
건조해진 창이 까끌 거리는 동안 마음 창은 활짝 열어 준 그가 고맙다
십수 년 아침저녁 드나던 봉사의 창을 폐업한다
마른 창에서 인심 쓰듯 눈물이 찔끔,
오늘은 가까운 산 데려가
풋 물이나 실컷 먹일까 한다
댓글목록
정석촌님의 댓글

마음마다 옹달샘 파주시느라 무진무진 애 많이 태우시다가
정작에는 눈물 샘이 마르셨군요
시울에 적실 풋 물이 사방팔방에 자욱한 철이라 그나마 다행스럽습니다, 선생님
늘 건안하시옵기 돈수합니다
석촌
추영탑님의 댓글

다들 마음 한 켠 가짜를 품고 사니, 가짜가 어느 한 사람의 소유이겠습니까?
쓰고 또 쓰고도 남아 더 써야 할 가짜가 수십만 평이니,
가짜를 보더라도 진짜로 보아주고 싶습니다. ㅎㅎ
최정신 시인님, 뵌지 불과 삼년 남짓,
헤어진다니 좀 서글퍼지기는 합니다만, 가짜 글쟁이로 글을 쓰면서
시인님을 계속 기다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수고 너무 많으셨고, 감사했습니다. *^^
두무지님의 댓글

시인님 그래도 답답하면 창문을 활짝 열어 주십시요
철부지 중생들 관리 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운 정 미운 정이 들었을 그 창을,
남의 집 창문처럼 바라보시지는 않겠지요
오래토록 평안을 빕니다.
하늘시님의 댓글

진짜와 가짜를 잘 몰라서 창문을 연지 이틀밖에 안 되었습니다
그동안 다녀가신 곳이 많으셔서 풋물 냄새가 나는것 같아요
할 수 있다면 풋물에 커피를 타 드리고 싶네요
고맙습니다 시인님
고나plm님의 댓글

시인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읍니다
꾸~벅
꿈길따라님의 댓글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역만리에 살고 있어 한 번도
뵙지 못했는데 아쉬운 맘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휴식 통하여
건강속 늘 향필하시길 바라옵고
아름다운 시! 나래 펴시길 바랍니다
이역만리 타향에서 은파 올림
라라리베님의 댓글

사철 푸른 소나무같은 마음 한켠 창방에
뚝 떼어준 시간
아름다운 향기로 간직하겠습니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최정신 선생님
한송이 꽃을 피우듯 세심하게 보살펴주신 후의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래도록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삼생이님의 댓글

시를 읽으니 눈물이 납니다.
시 의 낱말 하나하나가 울림이 됩니다.
젊은 시인들은 이 위 시를 모를 것입니다.
최 시인님이 한번에 휘갈겨 쓴 이 작품에 장인의 솜씨가 깃들여 있다는 것을.
아마 그들은 10년 뒤에나 이 작품을 오래 도록 들여다 볼 것입니다.
.
서피랑님의 댓글

언제나 시인의 마음으로 사시는 분..
시인의 따뜻한 손을 가지고 계신 분...
푸념같은 여린 글에서도,
진솔하고 단단한 언어의 힘줄이 만져집니다.
고단했을 어깨를 주물러드려야 할 텐데,
늘 게으르고 부족해서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