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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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중 / 백록
불현듯 솟구쳐 억겁의 세월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한바당 한가운데 여기는
누가 뭐래도 천하의 명당이다
새벽이 침침한 눈꺼풀을 까발리면 하늘 향한 초록의 무리들이 이슬을 머금은 채 줌을 당기고 있고
돌아누우면 하늘을 삼킨 바다가 코발트를 토악질하며 시퍼렇게 출렁이는 여기는
사방이 훤히 뚫린, 그 자체의 광중光中이며
땅거미 어슬렁거리면 전설의 백록도 숨을 죽이고
청아한 물빛마저 어디론가 숨어버리는 여기는
왁왁헌 콘크리트 속 또 다른 광중壙中이지만
자나 깨나 그 간극의 농도만 달리할 뿐
내내 광중, 한통속이다
하루에 한 번씩 죽었다 살았다 살고 죽기를 오락가락 되풀이하며
밤낮으로 이승과 저승을 아우르는 무덤 같은 섬, 여기는
그야말로 명당 중 명당일 수밖에
천세 만세 한라의 배산과 태평양의 임수는
어디를 가도 이보다 더할 수 없고
청룡과 백호는 삼백예순 오름 중에서
맘껏 고르면 될 터이니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한라의 모진 정기가 하늘을 뚫고
세계로 뻗어나듯 합니다
암! 그렇고 말고요
우리의 힘 세계로 뻗어나가는 용맹을 빌어 봅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여기는 요즘 초록 무덤으로 향하는 중입니다
꽃무덤은 곧 걷히겠지만...
감사합니다
주손님의 댓글

푸른 바다위에 떠있는 푸른섬 한라,
언제라도 훌쩍 가고싶은 제주
부럽습니다
백록님!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언제라도 올 수 있지요
택시비 정도면 비행기로
후딱, ㅎㅎ
감사합니다
라라리베님의 댓글

제주도의 푸른 밤
아픔과 한이 그 아름다운 바다와 오름으로
이젠 환히 빛날 때입니다
그 천하의 명당을 잘 보존하여 어떤 이유에서건
더이상의손상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뜨르의 하늘 본지가 너무 오래 되었네요
늘 살아보고 싶은 곳입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죽기 아니면 살기로 버틴 섬이지요
아주 귀중한 명당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뜨르...
정이 든 들녘...
감사합니다
하늘시님의 댓글

그 명당에서 이런 글이 나오나 봅니다
자체의 광중에 마음이 조금 뚫린 듯 합니다
고맙습니다 시인님
김태운님의 댓글

살고 죽는 것이 눈깜박할 새의 그 간극이다 싶습니다
제주도가 어쩜 그런 곳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