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의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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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부산 서면의 밤거리
멀미하듯 일렁이는 혼돈 속을 걷다 보면
환락을 핥는갈증도
빛과 소리를 반죽한 유혹도 지겨워
가로등 옭아매는 네온의 교태는
밤에 꽃히는 서면의 깃발이다
여윈 달 허리에 차고 눈흘기는 빌딩 유리
물컹한 욕망이 번들거리는 입가에 후덥지근하고
헤진 그림자들 뱀처럼 휘감기는 불빛 속에 잠기면
밤을 날려버린 소줏잔에 헤픈 영혼들
반쯤 풀린 넥타이 장단없이 춤을 출 때
먼지 낀 낭만에 포만한 여인들
쇼-윈도 앞에서 옷깃을 세운다
밤을 잃고 부옇게 닫힌 하늘
별빛 순결은 지리산 어느 계류에서 구르고
그림자 찾아 헤매는 남루한 달빛은
게슴츠레한 눈곱으로 떠도는 노숙의 신세
도심의 섬인 듯 불꺼진 화랑
불빛에 지친 풍경 속에는
어둠을 기다리는 까만 기억이 차올라
정갈한 달빛이 날카롭게 호통을 치고
그림자는 놀란 토끼 따라 들판을 다시 뛴다
밤을 삼키고 몽롱한 하늘
새벽 모퉁이 허물어질 때까지 깃발은 나부끼고.
댓글목록
추영탑님의 댓글

서민이 들 수 있는 깃발에 무엇이 있을까요?
빌딩의 그림자는 너무 무겁고, 밤거리의 소요는 너무 어지럽겠네요.
태극기는 어느 특정 집단에 빼앗기고,
소줏잔 귀퉁이에 깃대 하나 꽂으면 딱일 것 같습니다. ㅎㅎ
하늘시님의 댓글

서면의 환란한 깃발은 새벽까지 갔더랬어요
저도 그 곳의 깃발을 많이 보았거든요
잠시 서면의 밤풍경을 다녀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