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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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이야기 /추영탑
작은 가지 보라 꽃 처음 피던 밤,
꽃 속에 달이 들어가 하얗게 달거리로 누웠어
노란 꽃술은 먼지처럼 작았지만
완강히 꼭꼭 여민 가슴에 생긴 작은 멍울 하나
여린 고추 하나 내밀고 첫 꽃 지던 날
우리 엄니 가지나무 밑에 거름 한 삽 묻었지
어서 커라, 어서 커!
작은 고추는 가지가 되고 대물이 되고,
잘 생긴 가지는 허공에 기둥처럼 솟았지
가지 꽃은 쉴새 없이 피고지고 허공만 알던
가지는 불끈 불끈 바닥을 향했어
찬서리 내리고, 마지막 가지 꽃 지던 밤에
풀죽은 가지 하나 남기고
달빛은 개짐을 꾸려 달무리로 떠났어.
댓글목록
라라리베님의 댓글

가지는 시어머니가 무척 좋아하시던 나물인데
저에게 음식은 종종 그리운 기억을
떠올리게 하지요
달빛과 가지와 어머니의 생
언젠가 들었던 아망바우의 전설처럼
아련합니다
문득 볼 때마다 신기한 가지나물이 먹고 싶네요~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가지 나물은 보드랍고 맛이 있지요.
말려서 명절 나물로 쓰기도 합니다.
봄에 심으면 가을 서리 내릴 때까지 계속하여 열리지요.
날로 먹어도 좋구요. ㅎㅎ 감사합니다. 라라리베 시인님! *^^
부엌방님의 댓글

가지꽃
보라색 정갈하면서
새색시 같아요
가지는 우리의 일등 채소이지요
맛은 이제야 알다니
넘 고급지는 맛
전 가지 시
지금 넘 좋아요
추영탑 시인님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땅에, 땅이 없으면 화분에 두 그루만 심어 보세요.
주렁주렁 시가 열리고 입맛이 열립니다.
너무 많이 열려서 나중엔 귀찮을 정도지요.
한 바구니 시장에 내다 팔아도 남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부엌방 시인님! *^^
하늘시님의 댓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달빛에 개 밥그릇 향수병에 걸리듯
작은 가지나무에 홀린 멍 한 삽 묻고 갑니다
이런 맛 언제 따 먹어볼런지...
고맙습니다 추영탑 시인님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아파트에 사신다면 약간 큰 화분에 한 그루만 심으면
네 식구 정도는 따 먹고도 남습니다.
생으로 된장 찍어 먹어도 좋답니다.
시도 얻고 보는 즐거움도 있고, 먹어 좋고.... ㅎㅎ
감사합니다. 하늘시인님, *^^
최현덕님의 댓글

은유의 맛이 쏠쏠합니다
피고지고 피고지고
가지꽃이 보랏빛이 진하기도 하지만
향기 또한 짙습니다
오랜만에 뵈어 반갑습니다
추 시인님!
주손님의 댓글

시를 읽어 가면서 불끈불끈 희망이 살아
나는건 저만 그런가요? ㅎㅎ
살짝데친 가지나물 생각나는 아침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