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젖 너머 어렴풋이 목적어가 생각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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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젖 너머 어렴풋이 목적어가 생각나겠지요*
동피랑
꽃이 핀다의 주어를 찾으면 주격의 얼굴이 맴돈다
바람 같기도 넥타이 같기도 치마 같기도 한 무엇이 무언가를 노크한다
나는 열린다 그리하여 나는 핀다
제법 옹알이를 시작하며 세상 흐드러지게 왜냐고 물으며
커튼을 걷었다 내렸다 하며
어처구니를 내려놓고 원심분리기를 돌리며 안팎 모서리에서 튕겨 나가며
피고 피고 피다가 얘들아, 나 피곤해 말한 후 모자를 뒤집어쓴 채
아, 이제 편하구나 하며 핀다 아니 결단코 진다
꽃은 주어가 아니어서 나에게도 주격이 없구나
내일은 약속이 뛰어내릴 거랍니다
멀리 있던 구름이 방문할 거랍니다
똑똑 두드릴 때 드러날 모두의 본색으로
아무도 없는데 누구나 대답합니다
주어도 주격도 아닌 목젖들이 어, 어 목적어를 낚습니다
연둣빛으로 빠알간 립스틱으로 환하게 주인처럼 행세합니다
그러니까 조사들을 조사해야겠는데
은는이가 을를을 줄줄이 납치합니다
문장은 이들이 공모한 전략이고 책은 문장들로 쌓은 집이라니
결국 나는 반짝이는 동사가 필요한 밤입니까
* 산울림의 창문 넘어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변용
댓글목록
라라리베님의 댓글

문장이 쌓아올린 책을 사정없이 파헤치셨네요
주격을 찾기위해 몇번이나 읽어 보았는데
감춰진 주어가 너무 깊어 누구의 꽃인지
누구의 세상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냥 자신이 만든 반짝이는 동사만이 목적어인
그 해답을 얻을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거듭 읽어보게 만드는 매력적인 시입니다
좋은 시 고맙습니다^^
동피랑님의 댓글

별 거 아입니다.
꽃이 피서 다들 예삐다 해샀는데 지가 핀 게 아니라 흙이랑 물이랑 빛이랑 공기 등 우주 기운이 그렇게 한 기다.
그러니까 아무리 잘났다 해도 그것은 목적어이지 주어는 아니다.
뭐 이런 얼토가 당토 아닌 토요일의 주장이랄까 그런 겁니다.
물론 자기 의지는 있다고 봅니다.
힘찬 한 주 시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