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기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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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만 불면 파랗게 도지는 아픔을 아시나요
사는 동안 아물지 않는 상처도 있을까요
지워야 하는 정이 울음보다 진할 때면
마음 앞서 몸 먼저 지우기도 한다지요
앓다 지우다 떠나와 나를 묻어버린 무아의 경내
졸리는 듯 목탁 소리 가라앉은 고요 속에
석불을 마주하여 돌을 닮아가는 한 사람
떠나온 흔적도 떠나갈 인연도 알 바 없다 하여
마음의 꼬리를 태워버린 한 줄기 향 내음만
흔들리지 않는 듯 흔들리며 불전을 배회하다
담 너머 일렁이는 솔향을 최면처럼 따라가고
영문 모르는 배꽃 더미 꽃말들 하얗게 자지러지면
마음잡지 못한 상념들 무에 그리 바쁜지
산문 나서는 바람 뒤로 풍경소리 요란하다
삶은 세상을 다녀가는 바람의 울음이라 했나요
한순간이라도 흔들리지 않는 바람 본 적 있나요
산 아래 불빛 따라 골바람이 흔들리네요
그럼 부디...
댓글목록
grail217님의 댓글

행갈이가 잘 되면 더 좋은 시가 될 것 같아요..
고맙게 읽다 갑니다..
석청신형식님의 댓글

오랫동안 저도 바람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그냥 지나가는데 속도를 맞추지 못한 세상은 바람이 분다고 하지요.
사람들은 흔들릴 때마다 항상 바람의 핑계를 대지요.
그저제 길을 가는 바람일 뿐인데.
미꾸라지론부터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
좋은 글 많이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