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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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魚)
동피랑
어미를 박차고 나왔더니 틈이라곤 없다
죄다 젖은 폐부를 횡단하느라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다시 일제히 아지트로 미끄러지나 했더니
어느새 희뜩 몸을 뒤집어 반짝이거나 뻐끔뻐끔 꽃봉울
장난을 치거나 또 더러 뱃전을 훑으며 좋아라 하다가
그도 지쳤다 싶으면 푹신한 여에 드러누워 나 건들지 마
하는 망상들
하도 니킥을 날려 어느 한 곳 성한 데 없는 돌부처 가슴을
떼 지어 쪽쪽 빠는 움막들도 있다
낮이고 밤이고 아차 하는 순간 먹고 먹히는 날것의 살을
煞이라 읽어야 하는 지경이 어찌나 푸르고 고요한지
침묵의 백지 한 장이 내뱉을 모서리가 몇 개일까 접어서
학이거나 모자로 변해도 모를 경지다
화쟁(和諍)은 수평선 넘어 밤을 질질 끌고 온다
어판장을 폈다 오므렸다 하는 경매사의 손가락들처럼
도다리에서 일어나 쑤기미 수염에 붙었다가 먼 먼
발전소를 돌릴지도 모를 감탄사 어,
베도라치 한 마리 폐선의 잔등을 탄다
옆을 앞이라 우기는 게가 열심히 뛴다
뒤쫓는 문어체는 호흡 조절이 필요하다
어, 물때다
댓글목록
유상옥님의 댓글

동피랑 시인님,
한 마리의 어가 물이라는 사고를 헤엄치다
올라올 떄를 자세히 그리셨습니다.
대어를 낚아서 어 ㄱ 소리가 나도록
멋진 시어 건지시기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동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유상옥 시인님 응원 고맙습니다.
이국 땅이지만, 맛있는 것 골고루 드시고
늘 즐겁고 건강한 생활 되세요.
grail217님의 댓글

참 재미있는 시입니다..
고맙습니다..
동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밝은 면으로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