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날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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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날개들 / 백록
바람이 밤새 탕탕 창문을 두드립니다 이 섬의 바람은 애시당초 날개가 달렸답니다 날개 달린 바람이 씽씽 붑니다 불현듯 이 섬이 솟아오르던 날 이 섬의 돌들도 바람처럼 날개를 달았겠지요 사방팔방으로 날아오르다 더러는 한바당으로 뛰어들었겠지요 물론 이 섬의 남자들도 천성적으로 바람의 씨앗을 품고 날갯짓하다 무명초 홀씨처럼 훌훌 떠났지만 이 섬의 여자들도 언제부턴가 날개를 달기 시작했지요 비바리라는 바람의 딸로 태어나 날개 딸린 돌 같은 똘로 숨 고르며 하늘같은 서방이며 할락산 같은 오라방이며 금상 같은 아들을 위해 파도 속을 파고들었지요 제 허파 같은 태왁을 가슴에 부둥킨 채 자맥질이라는 이름으로 천길 물속을 휘휘 저으며 날아댕겼지요
지금도 쉴 새 없이 바람이 붑니다 오늘은 비도 날개를 달고 떠들썩하게 날아듭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비바람을 뚫고 쿠릉쿠릉 거리는 소리도 쇠의 날개를 달고 오르내립니다 아마도 이 섬의 바람이 무척 궁금했겠지요 날아댕기다 이 섬에 머무른 돌들의 근황도 덩달아 궁금했나 봅니다 어느새 새로 달린 주의보라는 폰의 날갯짓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어쩜 천국 같은 이 섬엔 사람은 물론 날개 달린 것들 천지랍니다
언제나 제자릴 지키며 묵묵히 서 있어도 금세 날아오를 것 같은
전설의 섬 이 섬이 품은 삶의 바람처럼
이제나 저제나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제주에 비바람이 도착했나 봅니다
섬은 비장한 각오로 준비를 하는 것 같습니다.
자연의 온갖 날개들 푸른 초원이 들썩대는 모습!
비 피해 없이 잘 계시기를 빕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예, 밤을 세워 붑니다... 탕탕
오늘 아침까지...
아마도 5,18을 알고 불어재끼는 듯
울음 같은 비를 품고...
감사합니다
grail217님의 댓글

오..
대단히 경이롭습니다..
날개..
바람..
섬..
전설 같은..
고맙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늘 붙들고 허우적거리는 소립니다
감사합니다
grail217님의 댓글의 댓글

추천합니다..
하늘시님의 댓글

애시당초 날개가 달인 제주의 바람을 잡을 수 있는 것은
파도의 힘을 가진 비바리라는 바람의 날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삶의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 오듯 백록님의 詩 바람도 끊임없이 불어오니
참 좋습니다
오래 오래 바람부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섬... 돌과 바람과 여자
허구헌 날의 헛소리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