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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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을 지나서 오는 꽃이 있고
꽃을 보내고 오는 잎이 있다
끝을 시작이라 부르고 싶을 때
켜는 순간 멀리 달아나 버리는 가로등 불빛
말하려 할 수록 말과는 멀어지고
단음절 표정으로 가까워지는 간절의 눈망울
보이지 않아서 분명해지는 방향이 있다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
붙잡지 말아야 할 것들이 새어나가 듯
목숨에서 빠져나오는 숨
한 수저만 더 드시라고
창에 가득 매달린 오월의 초록들
마른 입술 위에 떨구어 주는 한 방울
봄이 간다고 하나
여름이 온다고 할까
바람이 햇빛을 가만히 붙들고 있다
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

감수성과 상상력이 선한 마음과 결합할 때
이러한 좋은 시가 탄생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오후입니다.
종이비누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드립니다..너덜길님..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하늘시님의 댓글

청아하고 맑은 요양병원입니다
목숨에서 빠져나오는 숨도 끝까지 맑음 이었음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면서..
햇빛이 바람을 붙드는 날이 점점 다가오네요
고맙습니다 잘 머물다 갑니다
종이비누님의 댓글의 댓글

^^ 고맙습니다..끝까지 맑음이기를 ...감사드립니다
부엌방님의 댓글

수저 한모금에 초록은 꽃을
피우고 떨어지는 반복속에
어느 한점이 깨질때는 꽃이지거나
잎이 피거나 바람도 눈물을
가지고 살랑거리는
차근한 요양병원입니다
종이비누 시인님
감사합니다
종이비누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드립니다..부엌방님..ㅎㅎ
bluemarble님의 댓글

늘 입버릇처럼 말하는 거지만
결국, 시를 쓰고 읽는다는 일은 체험 나누기 + 공감 나누기 라는 거
현장시나 묘사시에 대해 항상 생각해 온 거지만
상황이나 사건의 전개과정을 선연히 드러내 제시하는
시작기법은 시의 밑바탕으로 좋다는 거
옅은 감정의 변죽에 매달리지 않고
요양병원이 드러내는 한계적 존재들의 삶과 죽음의 모습에
조밀하고 따스한 화자의 視線을 보내고, 그러면서 인간 심성의
본질적 저변에 보다 깊이 다가서게 하는 시 한 편이네요
참, 좋은 시라는 느낌으로
머물다 갑니다
종이비누님의 댓글의 댓글

귀한 말씀 감사 드립니다 ᆢ늘 올려주시는 좋은 시들 잘 보고 있습니다
나싱그리님의 댓글

애잔한 음악이 감도는
요양병원 풍경
어둠을 가까이 둔 삶이라서
더 귀하고 빛이 납니다
좋은 시 감상하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