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을 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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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을 염하다 /추영탑
없던 길 생기고 있던 들녘은 사라졌다
안방처럼 뛰놀던 무덤뿐인 그날의 동산에 서서
사흘앓이 학질인양 유년을 앓는다
반쪽 잘려나간 산의 늑골쯤에 서면
앞강 뒷강 저만의 언어로 흘러와 몸 섞는 영산강
거꾸로 토해내는 대숲의 숨소리가
강심에 숨어들고
다시 불러다 강가 모래톱에 세우는 벌거벗은
꼬맹이들
고추로 고추를 넘어뜨리며 벌이던 씨름판도 보인다
세상의 반대편에나 있어야할 동네인 듯 산허리에
무덤으로 매달린 사람들이 보이고
나 또한 구름 흘러가는 방식으로 떠날 것을
깨닫는디
발밑에 맷방석 하나 깔고 앉아
세월의 임종을 지키다가
맥없는 그 냘을 염하여 유년으로 돌려보낸다
댓글목록
부엌방님의 댓글

맷방석 나오니까 눈물이 나오려 합니다
고향생각이나 유년의 생각을 하지 마셔요
마음만 아픔니다
영산간의 들판과 모레사장 고향의 아름다움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절경이 었을 건데요
다 폐허가 되 듯 한 모습은 가슴이 꺼지는 것을
자주 내려 가지 마셔요
추영탑시인님
오월 건강하시고 오늘도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탯자리는 아니지만 이곳에서 다섯살 때부터
살았으니, 아마 죽는 날까지는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유년의 추억이 많은 곳이지요. 그러나 지나간 세월은 이제 보내줘야 할 듯합니다.
붙들고 있으면 마음맘 아프지요. ㅎㅎ 부엌방 시인님 감사합니다. *^^
주손님의 댓글

세월의 임종을 지켜 보시면서 유 하시고 파랗고 하얀 이별들 염하시길 참 잘 하셨습니다
마음 가볍게 생각 하시고 산허리에 매달린 사람들도 생각 하시면서
윗트있는 재담들 많이 들려 주시기 바랍니다
진심입니다 감사합니다!^^**
추영탑님의 댓글

파랗고 하얀 이별은 이미 제자리에 돌려 놓았으니
이젠 유년의 그 날을 돌려 보내야 할 때입니다.
가버린 것들은 모두가 아름답지만 가슴 한 쪽은 언제나
시린 법, 더 이상의 아픔은. 사양해야 하겠습니다. ㅎㅎ
주손 시인님, *^^
하늘시님의 댓글

유년시절의 그날을 염하여 돌려보낸다고 떠나기나 하겠습니까
무덤까지 따라오지 않을까요..
영산강의 아름다운 풍경은 어쩌시려구요
들녁은 사라져도 먼저 열반에 들어 추영탑님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데요 ~^^
아픈추억한켠에 머물다 갑니다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요
추영탑님의 댓글

저는 어려서 날만 새면 무덤 주변에서 살았습니다.
잔디가 좋은 커다란 무덤동산이 바로 동네에 연하여
있었거든요.
친한 무덤들이 참 많았었는데... ㅎㅎ
동산은 절반쯤 사라지고 무덤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들판은 이제 새로운 시가지로 변했습니다.
돌려보냈다고 어찌 그 날들을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감사합니다. 하늘시 시인님, *^^
라라리베님의 댓글

언젠가 어릴적 놀이터로 뛰어놀았던 이야기를
들려주신게 생각이나네요
유년의 추억들이 새겨진 곳들이 하나둘씩 없어지고
낯선 곳으로 변해갈 때가 많지요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듯 허전하지만
구름이 흘러가듯 떠나보내야 하는 것들
감사히 잘 감상했습니다
저의 어린시절도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추영탑님의 댓글

사람이 이리 변하고 세월이 이만큼 흘렀는데
변하지 않은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골목 많은 동네도 그렇지만, 눈만 뜨면 포근히 감싸주던
무덤들의 모습, 환히 떠오릅니다.
참 귀찮게 굴었지요. 그 무덤의 주인들, 죄송하고 고마웠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라리베 시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