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리
페이지 정보
작성자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06회 작성일 19-06-09 07:04본문
가오리
동피랑
대독(大毒)을 품고 온몸을 저어 어디든 가는 거다
물살이든 바람이든 자유를 펄럭이는 거다
열엿새 달빛이 꽃게 몇 마리 등을 문지르고 있었는데
집채 하나씩 맨 고둥들 낮은 포복을 하고 있었다
매복 중인 바지락 밭을 지나 한 마장쯤 돌아 들런 곳은 미역 무더기 절경
주모가 머리를 감다가 반기는 것 같아
나는 시인 묵객이 된 듯 거기서 하룻밤을 보냈다
줄기 사이로 산달이 다 된 지느러미들이 자잘한 행성들을 슬고 있을 때
나는 꿈을 출렁거렸다
언덕으로 아이들을 불러 모은 건 겨울 바람
살대를 만지면 나는 활의 문장(紋章)이었다
방패 사단에 속한 치마당가리였을 거야
몇 차례 인사를 하더니 냉큼 나와 얽혔다
연이란 풀었다 감았다 하는 것임을 알았지만
뚝 끊어진 줄에 나는 하염없이 방황하다 물에 빠졌다
그날 이후로 나는 어머니를 영영 볼 수 없었다
내 꿈은 비록 바다로 침몰했지만
하늘에 꼬리 긴 새를 보면 나의 연이었다고 말한다
저기 내 사랑하는 사람이 물수제비를 뜬다
으으으 물낯을 달리는 단단한 인연
댓글목록
라라리베님의 댓글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오리가 온몸을 흔들며 바다를 유영하더니
날개를 달고 자유롭게 하늘을 향하더니
사람들 틈에서 인연을 이어주네요
동피랑님만의 유려한 사유와 심상이
깊은 바다를 다 품에 안으신 것 같습니다
향기롭게 잘 감상했습니다^^
동피랑님의 댓글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오리 회무침이 시보다 더 맛있는데 통영 오시면 이명윤 시인님에게 사 달라고 하세요.
멀리서 오신 팬이라서 더욱 반기실 겁니다. 시인님이 바쁘시면 참모인 제가 지갑 달라해서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