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조절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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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424회 작성일 19-06-09 14:02본문
분노조절장애/하늘시
하필,
겁나게 값나가는 귀한 대접大接을
깨어 부숴먹은 설거지 통
하루의 선언문이 '무지 재 수없겠다'는 시를 낭독하고
시뻘겋게 열받은 고무장갑
멀쩡한 접시하나 멱살잡는다
이 집단에서 10년넘게 살았으니
못생기고 쬐금한 게 없어져야지 어디서 감히
돈값도 못하는 주제에 투박한 몰골 같으니...
마구마구 때리고 눕히고 내동댕이 처지는
대타의 붉은 몽둥이질에 물 세례가 쏟아진다
두 번, 세 번 연거푸 물속에 머리를 쳐 넣고
폭력과 왕따가 난무하는 동안
설거지 집단의 투사는
허옇게 거품물고 물 튀는 패사움으로 전략하고
예고없이 미끌,
물어 놓친 실수의 수도꼭지에 하루치 운명이
분노의 질주로를 충실하게 달린다
늘상 그랬듯,
분풀이의 대상은 가끔 모시는 귀한 큰 대접이 아니라
가까이 두고 편하게 씹을 수 있는 단골 메뉴의 얼굴인게야
결국
만만한 상대 한 놈을
뻘겋게 집어삼킨 고무장갑은
해가 저물도록 처방약을 조제받지 못하고
화신火神으로 히죽거리는 노을은 벌겋게 분을 돋구고
현기증을 앓던 시는 쓰레기통에 쳐 박히고
댓글목록
추영탑님의 댓글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일단은 벌건 고무장갑과, 거품의 거푸집을 요리조리 어흐는
방편을 알리는 설거지 매뉴얼을 적은 경고문을 한 장 걸어 놓으시지요. 아마도징그럽게 비싼
대접을 박살내지 않는 효과를 볼 수도 있을 겝니다.
세상에는 자신의 분노를 타인의 약점으로 돌리는 리플리 증후군의 디엔에이를 가진
부류들도 있습니다. ㅎㅎ ㅎㅎ
아마 몇 년은 쓰레기통을 시로 채우는 일 없이 '분노조절장애'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사료되는 바입니다. ㅋ 하늘시 시인님! *^^
하늘시님의 댓글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대접을 박살내고 나니 밥맛도 떨어지더라구요
지인에게 선물받은 거라 아깝기도 해서 시라도 남겨야 될 것 같아
끄적여 보았습니다
경고문은 매일매일 걸어놓아야 할 듯 싶어요 ㅎㅎ
좋은 메뉴얼 주셔서 고맙습니다
추영탑시인님~^^
planet0056님의 댓글
planet005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 같은 경우는
우선 저 자신에 대한 분노가 조절이 안되는 장애가 있지만..
이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분노유발>과 <조절장애>에 관한
이미지로 점철되어 있는 거 같네요
한편, 시에서 분노조절장애로 말해지는 것은 일반적으로 말해지는
그 어떤 자괴감이나 암울한 상황으로 간편히 치부하기엔
그것이 산란 産卵하는 질문성 긴박감과 함께 도달하는
화자의 존재론적 의미 (성찰로서의 意味)가 읽혀집니다
이따금, 어떤 시들은 그 지루함에 조금 읽다가 덮어버리기도 하는데
이 시는 언어의 속도감도 있고 진술되는 시어에서 일종의
긴박감이 연상으로 이어지는 몽타쥬 기법도 뛰어나
(독자의 입장에서) 우선 잘 읽히고 빨리 익혀지네요
문학의 제 장르를 막론하고
작품이 우선은 흥미로워야 한다고 봅니다
- 그래야, 소통의 장 場을 마련하는 발판이 되겠지요
독자생각 없이, 시인 혼자 자신의 시에 엄청 감동하는 거..
소통을 일단 제낀 그런 언어유령의 場이 사방에 가득한 요즈음,
모처럼 시를 통해 저 자신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고 가네요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상전체가 분노투성이인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될 때도
가끔 있습니다
설겆이를 하다가 귀한 명품접시를 없애면서
짜증난 감정과 행동을 그대로 표현해 보았구요
마치 접시 하나에 존재를 걸듯 연약한 인간의 감정의 도가니는
어쩔수 없는 분노로 이어져 어떤식으로든 표출이 되는것을 알게 되면서
시를 통해 저도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었는데..
공감의 마음을 주셔서 감사하네요
0056님~^^
힐링님의 댓글
힐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설거지통에서 벌어지는 이상적인 요소들이
이렇게 진지하게 분노장애조절이라는 심리적인
단어까지 첨가되니
문제는 더 심각하게 펼쳐지는것 같으나
거품을 가라 앉는 법이고
거품뒤에 기존의 식기들은 제몸에 묻은 것을 걷어내고
본시의 모습을 할 때 고무 장갑도 모든 것을 홀가분하게 털어내어
주방의 깨끗함과 고요함을 불러 오는 동시에 보여
주는 것을 보면서 심리적인 것이 던지는 화두는
여러가지 파장을 불러오는것을 유추해 봅니다.
하늘시 시인님!
하늘시님의 댓글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설겆이의 파장은 일상의 파장과 흡사하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먹고 사는 삶의 잣대위에는 설겆이라는 당연한 과제가
있지만 사실, 귀찮을 때도 많은데요..
접시를 가끔 집어삼키는 것을 보면 설겆이 자체도 적잖히 스트레스가
많은 가 봐요...잊지않고 다녀가심 고맙습니다 힐링시인님~^^
Zena님의 댓글
Zen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늘시님 어쩌면 다정다감한 분으로 느껴집니다
글속에서 느껴집니다 ^^*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정한 분은 제나님이 아닐런지요!
댓글을 달려면 읽는 재미도 있어야 하고
공감의 능력도 지녀야 합니다
시마을을 다정하게 댓글달아주신 분이 다정한 분이지요
함께 누리는 한 사람으로서, 존경을 표합니다
고맙습니다 ~^^
탄무誕无님의 댓글
탄무誕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 글 합니다.
썅~~~
글먹방 죽입니다욨.
엄지, 엄지 척!!!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설거지 통에 명품을 집어삼킨
일상을 그었는데
엄지 엄지 척!!!이라는 과찬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좋게 봐주시는 탄무 시인님의 마음에
감동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