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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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93회 작성일 19-06-10 16:38본문
얼굴을 얼의 굴이라길래
아픈 영혼이 웅크린 어둠을 생각했다
한밤 피리 소리에 묻어오는 한이라던가
하수구에 엉긴 욕망의 찌꺼기
혹은 목구멍에 차오르는 구름 냄새 같은 거
아픈 하루를 떨쳐내고 굴을 비워
텅 빈 바람인 듯 언덕을 오르자
하지의 해거름을 힘겹게 밀어내는 환한 백도라지 꽃
두고 오면 어둠에 묻힐 것 같은 하얀 얼을
굴 문 열고 눈빛 속에 담아왔는데
밤새 망막에 어른대는 흰 그림자 안쓰러워
그 언덕 그 꽃을 다시 찾는데
아뿔싸, 영혼 잃은 아픔 앓다 져버린 꽃잎
밤새 갈 곳 없이 떠도는 하얀 잔영이
텅 빈 백지를 거처로 정한 듯
창을 내고 얼을 불러
시들지 않는 꽃 한 송이 피우려 한다
도리 없이 하얀 밤 지새우고
창을 활짝 열면
땀내 밴 행간 사이로
꽃 내 밴 하얀 숨소리가 들릴 것 같다
얼굴이라는 문패를 ‘얼 창’으로 고친다.
댓글목록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얼 굴 에서 얼 창 으로 고친 문패가
하얗게 꽃이 피었네요
꽃 내 벤 하얀 숨소리라는 문체가 문패를 향기로 채우고
있는 듯 아름다운 시향이 나네요
잘 감상하였네요 고맙습니다 작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