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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별 /신수심동
하늘이 부서졌다.
그러자 검은 바다가 넘실이며 밀려왔다
쏟아지는 파편을,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마음속에 조금씩 박아넣는다
손을 모으고, 눈을 감으며, 나는 입술끝에
온 정신을 집중한다, 그대의
마지막 언어를 음미하는 바람에, 어젯밤
잘라내지 못한 가지들이 방 한가득을 메웠다
데였다, 나무따위 태워버리면 된다는
아버지의 조언에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불씨들을 던졌다
불이 자꾸만 돋아났다, 나는 언제나
형체없는 것에 휘둘리며, 아이처럼 내 몸
아닌 것들을 갈구하며 살았다.
그대와 내가 뒤섞이고, 과거 또한 뒤엉키며
소용돌이 치는데, 나는 기억들을
가슴에 못박아두고 이 자리에 스스로를 걸어둘 수 있는가
피부에 새겨진 흔적을 어루만지며,
다만 육체는 흩어지고 남은 것은
녹이 슨 말뚝 하나만 붉게 빛나는데,
우리는 점점 어두워지고, 보다 헐거워지고.
나는 그대를 애써 뽑지 않겠다,
웃으며 박아넣었던 기억들을 뽑아,
바람 구멍 사이로 몰아치는, 그대의 한기를 저주하지 않으리라
밤하늘도 하늘이다
댓글목록
탄무誕无님의 댓글

글 흐름 좋습니다.
글 정리정돈 깔끔합니다.
잘 썼기에 잘 보입니다.
뜻 새겨진 말씀 곳곳에 스며있어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부정의 요소가 장애로 왔지만
이 걸림을 인정하며 긍정으로 받아들여
긍정으로 끝낸 메시지 소름입니다.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