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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뿔 위에서 천하를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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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4회 작성일 19-06-15 12:31

본문

맞닿을 리가 없는 공성전은 으레 말만 푸지다

단지 어디 섰는가의 차이일 뿐인데

그 위에서 좌우 완급을 운운해 봤자

달팽이는 제 가고 싶은 대로 간다

찰나에 비하면 엄청나게 빠르고

영겁에 비하면 엄청나게 느리니

어디에 비하건

빠르고 느림은 절대적인 속도가 아니다


왜 달팽이를 와우(蝸牛)라 하겠는가

소 걸음도 그에 비하면 훨씬 바쁘지만

바람처럼 내달리던 수소의 죽음은 으레

빨간 천으로 수놓인 창끝에 달렸다

헤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으로 느릿느릿

먹던 것도 끄집어내 곱씹으며 겨우 넘기매

절대 서두르지 않는

소의 저 복지(伏地)를 보라


나는 이 달팽이로 하여금 밭을 갈게 하리니

그 위에서의 아귀다툼은 내 소관이 전혀 아니다

미물의 소리가 태산을 명동하는 일도 없을지니

입 가진 자들은 방향을 생각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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