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구속 > 창작시의 향기

이유 없는 구속

-  비수

대체 넌 무슨 죄를 지었기에 족쇄를 찼느냐

네 뼈가 살인 탓이더냐

네 살이 바람인 탓이더냐

발 대신 바퀴로 굴린 탓이더냐

아니면 네가 늙었다고 꼴 보기 싫다고

식구의 안중에서 멀어져버린

꽤심죄더냐

살아생전 낮은 허공을 밟으며 결코 뒷걸음질을 모르던 너도

나처럼 틀림없는 두 발 직립의 족속이므로

너야말로 주인을 잘 만났더라면

이 지구를 한 바퀴 구경이라도 하며

시원한 바람을 한껏 만끽하며

씽씽 자전 공전했을 텐데

아직도 쓸 만한 형편인데도

대체 넌 인간에게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토록 꽁꽁 묶인 신세더냐

통통한 살이 다 빠지도록

잔뼈가 녹슬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