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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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숨넘어 가는 소리를 아시는지
짖는 건지, 찢는 건지, 아니면 찧는 건지
감이라는 게 존재하기나 하는 건지
칼로 뭔가 규칙적으로 썰 때 나는 소리
입으로 자르는 건지
간혹 지치기도 하지만
갈 수 없는 마음에 대한 발악
장마가 지나는 하천을 건너온 그 소리를
차들이 치고 가지만
다시 일어서 돌진해 오는 소리
그냥 그대로 길 바닥과 하나 되어 있지
꾸역꾸역 일어나 누구에게로 향하는 소리,
미련과 미로의 차이를 밝히는 단서
소리는 그대로인데
점차 멀어지는 소리
시간이 벽이 될 줄이야
시간과 거리와 마음의 관계는
단서를 찾는 환경
산아래 과수원의 개는
동네 개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혼자라도 청승을 떤다고 하고 싶지만
시간의 벽을 부순 건
시간이라는 걸 알리는
그 개 소리에 장마도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소리를, 개를 진정시키려 하지만
진정은 또 남의 일
숨넘어 가는 개, 주인,의 숨,은
어떨지 궁금해지는 순간
바닥에 잘린 채 유기된 귀들이
창문을 부여잡고
숨넘어 가는 나를
보고 있다
댓글목록
grail217님의 댓글

추천합니다..
훌륭한 시입니다..
고맙습니다..
대최국님의 댓글

숨을 잡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