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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제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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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50회 작성일 19-07-04 15:51

본문

눌린 건반이 소리를 낸다

 

누군가에게 가볍게 눌려

가단조로 흐르기 시작하던 시간이

뜨겁게 맴돌다 풀어진다.

쓴맛의 달콤함을 알게 되면

열매 없이도 삶을 견딜 수 있다

왼팔로 피아노 위에 턱을 괴고

한 손으로 띄엄띄엄 누르는

엘리제를 위하여,

 늘어뜨린 고무줄처럼

건반에서 손가락을 떼면

내게로 툭 튕겨 올 것 같아

 

첫 잔이 달다며, 술에 취하면

눌린 건반들의 연대기를 늘어놓으며

뻔한 음악이 되어가는 너와 나,

빽미러에 비친 표정을 살피며

너에게로 돌이켜 보려고 해도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멜로디가

각자의 길을 재촉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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