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건너간 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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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건너간 모기
나를 좋아했던 그녀가 결국
내 몸에 봉긋한 무덤하나 사랑의 흔적으로 남겨놓고
작별인사도 없이 떠나갔다
편집광적인 그녀만의 사랑방식을 남기기 위해 그녀는
매일 밤 빛을 쏟아내는 창문으로 면회 왔지만
난 그녀의 사랑을 거부했다
두꺼워지는 어둠을 향해 밤마다 떠나는 그녀의 사랑놀이는 그것이 비록
소멸의 노선이라도 그녀에게는 기도문처럼 경건했다
그녀와 나 사이에 가로놓인 견고한 불화,
우린 언제나 서로 등을 대고 걸었고
내가 꿈의 뿌리를 더듬고 있을 때만 그녀의 입술이 내 몸에 닿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나는 그녀의 입술색깔을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나를 건너간 목마른 입술에
잠시 붉은 꽃이 피었다가 지었을 것이라고 상상할 뿐이다
내 몸의 무덤위에서 손톱의 각을 세워야하는 고통도
나를 유지하는 힘이다
내일도 해가 지면 그녀는 자신의 울음소리를 조율하며 위태로운 사랑을
연주해야한다
그녀의 호흡이 박혔던 곳으로 자꾸만 손이 간다.
댓글목록
무명씨님의 댓글

와 진짜 재미있어요. 열십자로 꾹꾹
이장희님의 댓글

아주 흥미롭군요,
모기로도 이런 근사한 시가 나오는군요,
부럽습니다.
흥미로운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오늘 밤 저도 그녀를 기다릴까 합니다.^^
늘 건필하소서, 수퍼스톰 시인님.
부엌방님의 댓글

그녀의 숨소리가 박힌
무덤에 손이 간다는
점점더 뜨겁다 지면
또 찾아 오겠지요
멋지네요 감사합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무명씨 시인님, 이장희 시인님, 부엌방 시인님 마음을 얹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저녁시간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