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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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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8회 작성일 19-07-22 23:54

본문

괴물의

괴물에 의한

괴물을 위한

허기는 죽음의 명령을 받아 삶을 움직인다. 죽음을 통해 존재하는 삶, 죽음을 위해 연명하는 삶, 죽음 없이는 영위할 수도 없는 삶을 위해서 누군가는 고기를 누군가는 푸성귀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다. 그도 아닌 누군가는 이 운명을 거부하기 위해 숨도 쉬지 않고 그대로 간다 하나 어쨌건 간에 존재는 삶보다는 죽음에 가까웠네. 그대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고매한 이상인가? 숭고한 운명인가? 다 집어치우고 밥 한 그릇에 살아간다는 게 학계의 정석이라네. 실은 그 학계도 생업을 위해 백날을 떠들어야만 밥 한 그릇이 나오지.


굶주림이 움직인다

텅 빈 위장이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존재를 집어삼키고 또한 집어삼켜

마침내 문명의 총구 끝에서

영거리 사격을 준비한다

쇠사슬보다도 강하게 엮인

본능이라는 족쇄

그래도 누군가는 꼭 죽어나간다


족쇄 찬 굶주림이 움직인다

족쇄가 족쇄를 후려치고

족쇄가 족쇄를 깨부수는

족쇄가 시대의 실체인

족쇄뿐인 족쇄 군집


부술 수도 없는 족쇄를 위하여

고기는 뼈에 달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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