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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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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청색먼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57회 작성일 19-07-31 21:19

본문

퇴사

                                               청색먼산(이철웅)

 

작년에 산 구두가 다 닳았다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느리다

로비에 접어들자, 불타는 노을을

바쁘게 반사시키던 대리석들이

 

또각 또각

내 뒤로 멀어져 갔다

 

사옥 옆 오밀조밀 붙어있는 숲길은

이른 새벽과 늦은 밤에 목례를 건넸는데,

낯선 시간에 마주하자, 어쩔줄 몰라

바람끼고 파르르, 파르르르

이파리가 소란스럽다

 

원래 그런거라며 어깨위에 얹히던 팔꿈치는

미끄러지며 등을 한 번 토닥였는데,

쫓겨날 수 있는 이의 아름다움에 대해

시를 적어보게 된다

 

구름이 부욱 북, 찢어진 하늘에

매미소리 지잉 징, 번져나가는 여름

세상 속 '누끼'들에 알알이 녹아들어

한 숨에, 한 걸음 그리고 한 버팅굼,

 

삶에 슬삭 삵,

스며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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