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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가로수길에 노랑꽃 피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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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8회 작성일 19-08-02 23:20

본문

압구정 가로수길에 
노랑꽃 피는 아침이었다

속살을 드러낸 목각 인형들의
갈기갈기 찢어진  청바지 틈새로
불쑥 고개를 내민 여름 소나기가
악수를 청하자

회색의  압구정  가로등  불빛은
별 부스러기에 부서져
밤이 되었다

적도의 열풍이  몰고 온
금빛  조각배 한 척
한강변  울타리  둔덕에  서 있던
개나리 이파리들에게
손을 흔들며 이렇게 읇조렸다

''소슬바람 부는 가을 날은 곧 올거라고
지독한 여름더위는 내가 죽일 거라고
그리하여  압구정 가로수길에 노랑꽃 피는 날
그날이 오면
조각배 한가득 싣고 온
노랑머리 아가씨들과
한강둔치에서  막걸리 한 잔 하자고,,

짧은 밤이 쓰러지자
새벽이 오고 있었다

짙은  어둠 계곡길을
스멀스멀 헤엄쳐 나와
별빛 속을 유랑하던
쇠기러기 한 쌍은
술에  취한  압구정 나들목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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