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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갓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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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43회 작성일 19-08-09 12:32

본문

 

 처갓집

 




  마당 한가운데서
  가을 햇살 흠씬 맞으며 휘청이는 빨랫줄에 매달려 있는
  빨래들을 받치느라 바지랑대 낑낑대며 흔들거리던 집
  바지랑대 주위로 나비며 잠자리가 맴맴 돌던 집
  장인 어른과 처남 그리고 처의 형부까지 남자들만 세상 떠나
  남자라곤 나만 자리를 지키고 있던 집

  장모님과 아내가 빛바랜 툇마루에 마주 앉아
  붉은 고추를 소쿠리에서 고르며
  아따 날이 따스구만 하고 따숩게 얘기하던 집
  이름도 짓지 않은 검둥이 누렁이 이런 개들을
  홍시나무 밑에서 살뜰히 기르시던 집
  그러나 명절에 갈 때마다 한 마리씩 사라지던 집
  "아까 있던 개 한 마리 어데 갔슴미꺼?"
  "어디 가긴, 저녁에 자네 입으로 들어 갔자녀"
  장모님의 태연하신 대답에 깜짝깜짝 놀라던 집

  진흙으로 지은 아궁이에서 장작불
  지피고 앉아 도란도란거리는 쌍둥이 두 아들을
  보고 있노라면 환하게 마음 밝아오던 집
  뒷뜰 텃밭에선 방울토마토며 고추며 상추가
  흐드러지게 피어 종일을 웅성거리던 집
  양철 대문엔 '이훈석'하고 장모님의 명패가 붙어 있어 

  들고나는 처조카들과 고양이들과 바람을 맞이하던 집
  길가를 특히 가을 길가를 바라보노라면
  코스모스 군락이 우거져 금새 눈이 즐거웁고 마음이 맑아지던 집
  길 건너 들판의 볏잎이 물결을 이루고 그 사이로
  긴 개울이 꾸불꾸불 흘러가는 게 보이던 집
  뒷편 언덕을 한 백보쯤 걸어가면
  폐쇄된 간이역이 할배처럼 우두커니 앉아 계시고
  추석날엔 거실에서 티브이 켜놓은 채
  튀김이며 생선이며 옛날과자 먹으며
  장모님께서 어릴적 내 아내의 자라던 얘기해 주시던 집

  그러나 몇 해 동안 내 지병으로 인해 갈 수 없었던 집
  아내와 아이들만 고속버스 타고 다녀오던 집

  고속버스와 함께 가버린 탁한 세월의 물집들,
  그런 세월이 수상하여 이제는 모두가 떠나온 그 집

  나비도 잠자리도 누렁이도 소쿠리도 명패도
  장모님도 아내도 내 아이들도 처조카들도 바지랑대도
  마당도 변소도 양철지붕도 장작불도
  장작불 지피던 아궁이도,
  이제는 없는 그 집

  홍시빛 감도는 저녁이 되면 생각나는 그 집
  가끔씩 허기 달래듯 내 가슴에 와서는
  산그림자처럼 드리우고 천천히,
  머물렀다 가는 그 집

댓글목록

하늘시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향수짙은 처갓집의 이미지가
참 아름답네요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추억의 이야기가 새록새록 행복했을 집
겉모습은 사라져도 가슴속에서 오래도록 향기를 지펴줄 그 집
장모님 사랑 많이 받으셨군요
그리운 사랑 되새기며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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