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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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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창문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12회 작성일 19-08-16 17:06

본문

백야/창문바람


아침에 나가 아침에 들어오고

다시 아침에 나가 아침에 들어온다


낮이 오든 밤이 오든 돌아가는 기계 소리에

공장문을 열고 나가면 피곤을 찌르는 햇빛에

나의 밤은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돈, 돈이 없으면

굶어죽던 추워죽던 더워죽던

오직 죽음, 죽음, 죽음이었기에


혼자 집도 못 보던 너를 혼자 내버려 뒀고

밥하는 법을 알려주기도 전에

너는 라면을 끓여먹고 있었다


창밖이 희건 검건 내 눈은 감기질 않았고

돈은 밤이 사라진 만큼 딱 그 정도로 받았다

어쩔 수 없다, 우리 가족 살아야 하니까


아침에 나가 아침에 들어왔다

그리고 아침에 나가 아침에 들어온 그 사람이

노름할 돈을 내놓으라며 나를 면박할 때면

하얬던 밤보다 내 머릿속은 더 새하얗게 된다


나로선 도저히 어머니의 하얀 밤이

얼마나 깊고 길었는지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나를 위해, 내일을 위해

과거를 원망 않고 묻어둔 어머니가 존경스럽다


그리고 나도 이제 어머니처럼

언제나 나를 조여왔던 과거를 

원망 않고 묻어두려 한다

주변인들을 위해, 내일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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