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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06회 작성일 19-08-20 09:06

본문

/ 백록


 

 

촘촘한 쇠창살로 벌 한 마리 구속되었다

문득, 박제되어버린 곤충의 나

역설의 방충망이다

 

발이 손이 되도록 싹싹 비비는 그 앞으로 죄의 행간들이 얼씬거린다

도스토예프스키를 따라 라스콜리니코프가 비친다

시베리아의 시린 벌이 눈에 밟힌다

 

날개 달린 저놈은 필시 평생 갇힌 적이 없었겠지

제 놀이터는 보나마나 휑한 하늘이기 때문에

사실은 내가 여기로 갇힌 것이겠지

사각의 콘크리트 속으로

착각의 유리창 속으로

쇠창살 속으로

 

언뜻, 영어의 'Bee'가 그물망 아래 非의 문체로 읽히고

후려치는 말씀이 칼로 찔리는 시각이다

 

전생의 죄를 죄다 잊어버린 내가 결국

이승에서까지 벌벌 떨고 있다

점점 서늘해지는 삶의

혼돈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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