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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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se Hill Park, Calgary
어느 날, 오후에 / 安熙善
푸른 하늘,
부드러운 바람,
환한 햇빛에 수줍은 대지
먼 지평선에서 한가로이 거니는 구름
소리 없이 열리는 가슴에
미소짓는 내 어린 시절의 꿈
교차(交叉)하는 추억 사이로,
희망이 만들었던 신호들이 정겹다
이유도 없이 편해지는 마음,
이렇게 근심어린 삶 속에서도
투명한 햇살을 타고,
멀리 날아가는 새
길게 낙하하는 시간
홀로 길 한가운데 멈추어,
조용히 빛나는 오후에 잠긴다
주위엔 아무도 없다,
모두 나를 앞질러 달려갔기에
그래도 외롭지 않은,
이상한 오후
하늘의 절반이 흐려져도
곧 다시 개일 것 같은,
댓글목록
라라리베님의 댓글

그럴 때가 있지요
그냥 풍경 어딘가 묻어 있을 뿐인데
흰구름처럼 떠다니며 평온해지는 시간
어릴적 꿈처럼 마냥 가벼운 머리 속은
설레임으로만 가득찬
하늘의 절반이 가득차도
곧 다시 개일 것 같은..
가을햇살처럼 투명한 시 잘 읽었습니다
안희선 시인님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andres001님의 댓글의 댓글

노우즈 힐 파크..
그냥 들판만 있는, 정말 볼 거 하나 없는 공원인데
그곳에 갈 때마다
왠지 마음이 평안해지더군요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라라리베 시인님,
브루스안님의 댓글

유리알 같네요
왠지 슬퍼지는 캘거리의 잠못이루는 밤
andres001님의 댓글의 댓글

제가 2000년 6월에
캘거리 공항에 짐짝처럼 떨어지던 날도 생각납니다
IMF 때 은행에서 실직한 후
3년 동안 재취업도 안 되고
그저 모든 게 막막하기만 해서
체면 그딴 거.. 샷 더 마우스 Shut The Mouth 하고
막일이라도 해보잔 심정으로
낯선 이국의 땅에 짐짝처럼 떨어지던 날도
새삼.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