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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역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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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대최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02회 작성일 19-08-26 19:28

본문

     송정역 연가 

                          - 이주형-


"얼른 가!"

차창은 무성영화를 상영 중이다
대사들이 차창 안팎에서 미끄러졌다
밀폐된 기차는 시간을 가두었다
미끄러진 말들이 시간 안에 가득하다

말의 안과 밖을 가르고 달릴 기차는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대사는
밖으로도, 안으로도 뻗지  못했다
무한 반복 버튼이 눌러진 차창은
같은 장면만 반복해서 내보냈다

손짓은 고집을 키웠다
고집 속에는 거부가 자랐다
고집과 거부 사이에서 
기차만 곤란했다
기차가 잡고 있는 건 
분명 시간만은 아니었다

차창은 또 한 페이지의 
이야기를 저장 중이다 아무에게도 

펼쳐보이지 않은 투명한 이야기들이

어느 수녀님의 손짓에 

대사를 시작했다

"조심히 가셔요!"

시계가 늦은 출발 시간을 알렸다
출발이 지연되어 미안하다는 안내방송,
수녀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차창에 붙은 거친 입김들이

송정역에서 놓은 손들의 주인을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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