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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25회 작성일 19-09-01 00:04

본문


바르셀로나 어느 뒷골목, 닳고 닳은 돌계단을 밟고 나는 어느 비밀스런 문을 통과해 들어갔다. 




투명한 유리잔에 붉은 샹그리아.


어딘가 천한 붉은 빛. 


탁하디 탁한 향기.


어둔 무대에서 카르멘이 

입술에 붉은 루즈를 짙게 바르고

동백꽃을 머리에 꽂고

힘차게 무대에 발을 구를 때 확 펼쳐지는 치마 속 그 향기.


따라가기 힘든 속도로 허리를 돌리며,

 

어둠 속에 반쯤 숨었다가 


빛 속으로 온전히 뛰어들었다가 


핫! 하는 소리와 함께 따가닥! 따가닥! 마루 이쪽에서 저쪽까지 발목 위 땀이 흘러 맵고 투명한 꽃숭어리 흩뿌린다. 


꼽추 로미오는 무대 한구석에서 발작하듯 기타 현을 울린다.


카르멘을 애무하듯 나직이 울어 대는 노래가 무너지는 창부를 일으켜 세우기에는 오히려 애절한데, 

혀 끝으로  동백꽃을 어루만지는 비탈길 끝 서로가 외면하는 통로에서 질식하고 있는 그들이었다. 


샹그리아로 타 들어가는 내장 속

아직 따가운 어둠,

인어 한 마리가 내 내장 속 뜨거움에 잠겨 팔딱거리고 있을 거다,

 

너는 카르멘. 


뱀처럼 긴 혀 날름거리며 

배배 꼬인 어둠의 길을 따라 밤꽃 향기 들릴 듯 말 듯 솟구치다가 바닥으로 몸을 내던져도, 

바스라진 너는 나만의 꽃. 


땀 속에서 빙빙 돌아가는 홍염같은 치마,

한없이 타들어 가는. 

미묘한 음영을 띠고 무릎 위에서 발목 아래까지 아,

베일에 가리워진.


다시 힘차게 핫! 핫! 너의 머리카락이 폭풍을 따라 헝클어지는.


네가 눈부시게 돌아가고 있는 무대 중심에서 

살과 뼈가 분리된 어둠은 

피 비린내 꽃을 가득 피운다. 


빨간 철창에 갇혀, 카르멘,

  

바닥에 흥건한 땀과 피를 밟으며 

스스로를 난자하고 있는 그 꽃을 내 두 눈 위에 찔러 꽂아다오!

내게도 너를 위해 이 어둠을 채울 

불멸의 노래가 있다!


이 어둠 속,

서로의 심장에 비수를 꽂는 

흘러 내리는 피로 서로를 씻어주는

엄숙한 의식. 

두 마리 짐승과 하나 된 명징한 혀. 

먼지 자욱히 일어나는 어둠의 바닥을 밟고

다가오라, 오 나의 카르멘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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