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단풍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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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단풍 이후
석촌 정금용
매무새도
춤도 수확도 모두 털려
떨고 있는
걸친 것 없는 가냘픈 몸피
얼마나 두들겨맞았는지 소리 내 울지도 못했다
용케 버텨내느라 곳곳에 옹이졌다
그러고도
허공에 젓는 어깨는
침묵을 떠받는 앙상한 뼈마디
무서리 딛고 비탈에 서서
세월 건너 겪어온
바람의 행티를 마다했던
마음에 파동을
띄지 않는 가슴 깊이 겹겹이 새겨 넣어
만추를 거듭 맞아
몰라보게 컸다는 걸 미처 모르는
헐벗긴 나무는
바람의 수작에 놀란
키 큰 맹추였던가?
한갓, 숙맥이었나!
댓글목록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

간결한 언어에
깊은 맛이 배어
아주 좋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문운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빈 접시 뿐인데
융숭했다 시니 면구할 따름입니다
산머루 까맣게 익어가는 풍성한 나날이시옵기를 바랍니다